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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국회 전락,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남았다


김경홍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30일
조국 대전 이은 필리버스터 대전 정국 가시화
민주당, 한국당 시계 제로 정국 향해 질주
12월 10일 정기회 종료 이전, 200개 안건 무산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
12월 10일 임시국회 선거법, 검찰 개혁법안 표결 처리 가능성

[경북정치신문= 김경홍 기자]
파행의 연속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필사즉생의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접점 찾기를 포기한 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안계 정국을 향해 달리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민생정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조국 대전에 이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대전이 가시화되면서 국회 정치가 실종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이유다.

29일 한국당이 유치원 3법 등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민식이법, 해인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법, 청년 기본법, 과거사법, 소상공인 보호법안까지 비쟁점 법안 처리가 모두 무산됐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원내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켑쳐

◇한국당 왜 필리버스터 꺼내 들었나

한국당이 29일 의원 총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든 최종 목표지점은 12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 회기 중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 처리의 원천 봉쇄에 있다.

이에 따라 주호영 의원을 시작으로 1명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로 했다. 소속 의원 108명이 모두 나설 경우 최소 400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갈 수 있다. 이러한 한국당의 전략이 현실로 이어지면 12월 10일 종료되는 정기회 회기 내에 유치원 3법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 약 200건은 자동 무산된다. 예산안 처리 역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막을 방법 없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한국당의 동의 없이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12월 17일 이전에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법 106조 2항은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이 요구할 경우 무제한 토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은 의원 1명당 한 번씩 시간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국회법은 또 재적의원 3분의 1 요구에 5분의 3 (현재 재적인원 295명 기준 177명)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 의석수로만 보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 신당 등이 공조하면 토론 종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만큼 토론 종결은 어려워 보인다.

◇필리버스터 역대 사례


필리버스터가 법안 저지를 위한 만능키는 아니다.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되고,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즉각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추진한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9일 동안 38명의 의원이 모두 192시간 2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그러나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되었고,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즉각 표결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 역시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이후 민주당 등 당시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됐다.

◇ 누구의 말이 옳은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불법 사보임,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필리버스터 정국을 기정사실로 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르면 계속 될 수 있다면서 의원 한 명, 한 명의 연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성곽이 될 수 있고, 독재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울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저 없이 우리의 결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검찰개혁법과 선거제도 개혁법을 반드시 개정하는 준비를 해 나가야겠다고 밝혔다.

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모든 민생 법안에 대해서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국민의 이해를 받기 어렵다”면서도 “한국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힘으로 밀어붙인 집권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결국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데 민생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이럴 거면 의원직에서 총사퇴하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타협점은 없나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199건에 대해 모두 찬반을 물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핵심 쟁점법안인 선거제,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국당이 두 법안을 반드시 백지화하겠다는 배수진을 쳐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제와 검찰개혁 법안 국회 처리는 12월 10일 종료되는 정기 회기 내 처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두 법안은 정기의회가 종료된 이후인 12월 10일 임시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와 관련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 회기가 종료되면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간주하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에 들어간다. 특히 이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김경홍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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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대안신당 필리버스터 페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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