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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서 아니 되는 가치를 지키는 것


경북정치신문 기자 / press@mgbpolitics.com입력 : 2020년 05월 21일

↑↑ 지경진 한국U&L연구소장. 사진 = 연구소 제공.


 [칼럼=한국U&L연구소장] 지경진 보수와 진보 또는 본질과 혁신은 교육 철학의 오랜 논쟁점이다. 시대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어 오던 전통, 사상, 체제, 정책, 원칙 등에 반박하며 그 틀 자체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주장하는 교육 철학 사조를 진보주의 또는 혁신주의라 부른다. 보수주의 또는 본질주의에 대립되는 철학이며,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믿어오던 사회 제도를 개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을 말한다. 전통과 고전 같은 보수적 가치를 계승하기보다 새로운 변화와 창조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시대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최근 수십 년간 한국 사회 문화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해서 아니 되는 가치가 있고, 그것을 가장 잘 지켜야 나가는 곳은 전통적으로 가정과 학교였다. 가정은 인간의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지키는 출발선이고, 학교는 그 연장선에서 개인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진로 탐색 역량을 기르는 곳이었다. 학교는 언제나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도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학교는 그보다 먼저 변해서 아니 되는 가치와 지켜야 할 진리를 익히도록 하는 일을 우선해 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가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개인의 사회적 품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왔다. 이 점에서 학교 교육은 본질적으로 보수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고, 교육감 주민 직선제는 이를 더욱 부채질해왔다. 교육계 전체가 정치에 종속되었고, 미성년자 교육 기관인 학교도 이제 더 이상 순수한 보수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통성과 본질보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영원불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며,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가르치고, 조용한 교실 수업보다 시끄러운 체험 활동을 선호하고 있다. 교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학습한 후 핵심 개념을 복습하던 전통적 학습법을 버리고 학생이 수업 전에 주도적으로 선행 학습을 진행한 뒤, 수업 시간에 교사의 발문과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의 <거꾸로 학습법(flipped learning)>이 유행하고 있다. ‘체험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아니 한다’하고 말하며, 학생들이 학습과정에 직접 참여할 때, 이해력·사고력·문제 해결력·발표력 등 전반적인 학습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믿으며, 학생 참여 수업을 강조해왔다. 변화의 시대에 적자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가치를 검토하고, 진리의 상대성에 주목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이 모든 교육적 시도에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변해서 아니 되는 본질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빨라졌고, 편리해졌지만, 모든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오히려 낮아 졌으며, 지식의 양은 증가하였으나 분별력은 떨어졌다. 좋은 신약이 많이 나왔지만 질병의 종류는 더 늘어났고, 많은 전문가가 나타났으나 사회문제는 줄어들지 않았다.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은 떨어지고, 인물은 모두 좋아졌으나 인품은 그에 비례하지 못했다. 세계 평화를 외치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 못했고,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삶의 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상습적으로 교칙을 위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기본 생활 습관 지도를 포기하고 있다. 남녀 합반의 학교생활 과정에서 이성 간의 눈살 찌푸리는 스킨십이 있어도 통제가 어렵고, 여학생 치마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짧아도 지도하기 어렵다. 죄는 미워도 그 인간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른 태도다. 그러나 그 인간을 좋아했으므로 그 인간의 범죄 행위까지 좋아한다는 것은 바르지 못한 태도다. 그럼에도 평소 조국 교수를 지지했으므로 그 범죄 사실까지 부인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진실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가치관, 선과 악에 대한 도덕성이 성숙되어야 한다. 보편성(universality)의 바탕 위에서 특수성(specificity)이 나타날 때 그것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초․중․고교에서 일반성(generality)보다 전문성(speciality)을 더 칭찬하는 교육에 몰입한다면 그 전문성은 결국 모래 위에 세운 예쁜 집과 같이 곧 무너질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가정과 학교와 국가에는 변해서 아니 되는 가치, 넘어서 안 되는 선,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증명할 필요가 없는 수학적 공리(公理)와 같은 진실이 있다. 특히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 증진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 지켜야 할 선(線)이 있다. 자유 민주주의 정치 안보 체제, 민간 시장 경제 질서, 국가 재정건정성 등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들이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정치신문 기자 / press@mgbpolitics.com입력 : 2020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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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지경진 한국U&L연구소장 교육의 중요성 수학적 공리 참여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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