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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를 일으키는 힘은 ‘구미를 걱정하는 협치의 정치’에서 나온다

‘구미을 걱정하는 대아적 정치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한 소아적 정치’는 모두에게 불행
김경홍 기자 / 입력 : 2020년 08월 06일

[데스크 칼럼 = 발행인 김경홍 ] 춘추 전국시대 촉나라는 땅이 비옥하고 물자가 많기로 소문난 부국이었다. 눈독을 들이고 있던 진나라 혜왕은 촉나라를 징벌하겠다는 야심은 가득했지만, 그 나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좁은 벼랑이거나 산길이어서 진나라의 대군이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촉나라 왕이 보물에 욕심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진나라 혜왕은 신하를 시켜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큰 선물을 준비했지만, 촉나라로 통하는 길이 너무나도 험해서 잃어버리거나 손상될 것 같다고 전달하라고 했다.

이러한 사정을 전해 들은 촉왕은 보물을 옮길 수 있도록 산을 깎고 계곡을 묻어 큰길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진나라 군대는 넓게 뚫린 대로를 이용해 촉나라의 도성 안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고, 쉽게 나라를 점령할 수 있었다.
촉왕은 보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나라와 왕위를 잃어야 했다, 소탐대실이라는 고사성어을 태생시킨 역사적인 배경이다.

2010년 1월 14일 당시 정부는 외산 스마트폰에 뺏긴 모바일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 휴대전화 최대 생산기지인 경북• 대구, 특히 구미를 ´세계 1위 모바일 클러스터´로 육성키로 했다.

이러한 국책사업을 위해 이날 지식경제부는 구미의 한 호텔에서 지식경제부 장관, 경상북도지사, 대구시장, 국회의원, 구미시장, KT, 삼성전자, LG전자 등 모바일 관련 산·학·연 대표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글로벌 모바일 클러스터 구축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이 끝난 후 김성조 의원이 김태환 의원을 보자고 하더니...
정부가 구미를 모바일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할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날 선포식이 끝난 후 김태환 의원에게 잠시 만나자고 요청한 김성조 의원은 2009년 9월 현재 구미 갑구가 을구보다 4만여 명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갑구 10명, 을구 10명의 시의원 정수를 갑구 11명, 을구 9명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두 의원은 서로 만나 절충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북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보건복지위원회는 ‘경북도 시군의원 선거구 획정 위원회’가 제시한 구미시 갑•을구 시의원 정원수 11대 9를 놓고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는 일이 벌어졌다. 투표 결과 반대 12명, 찬성 9명, 기권 1명으로 획정위의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이어 위원회는 의원 정수를 10대10으로 하는 수정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 찬성6, 반대 3으로 가결시키면서 기존처럼 10대 10의 의원 정수가 유지되는 듯 했다.
이어 위원회는 의원 정수를 10대10으로 하는 수정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 찬성6, 반대 3으로 가결시키면서 기존처럼 10대 10의 의원 정수가 유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또 이변이 일어났다. 갑을 의원 정수 10대10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경상북도 시군 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전부 개정 조례안’이 상임위에서 의결된 지 하루가 지난 다음 날 본회의 표결 결과 다시 11대9로 뒤바뀐 것이다,

특히 구미시의회 의원 정수 재수정안에 대한 도의회 본회의 표결처리에 앞서 갑을 도의원들이 의정 단상에서 쏟아낸 공격성 발언은 구미시민들에게 분노를 넘어 슬픔을 안겨주었다. 이 과정에서 갑을 정치권의 감정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러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미 시민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해 나갔다.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김성조 의원과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인 김태환에게 시민들이 부여한 과제는 갑을 간 시의원 정수 조정을 위해 정쟁도 불사하라는 게 아니었다.
전국 최대의 국가공단이 소재해 있는 구미 정치인에게 부여한 역사적 의무는 막중했다. 2010년 11월 1일 KTX 김천•구미역 개통을 목전에 둔 구미시민과 기업인들은 정치력을 발휘해 KTX가 구미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심지어 접근성 강화의 일환으로 KTX 김천구미역- 4공단 구간에 신설키로 공약했던 자동자 전용 도로마저 그 실체가 사라질 정도였다.

이뿐이 아니었다. 구미에 소재하고 있는 OB맥주 공장 광주 이전에 이어 2006년 LG필립스가 수도권인 파주로 이전하면서 구미시민들은 머지않아 수도권에 대기업들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21일 정부는 수도권에 지방과 동등하게 기업입지 제도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5+2 광역 경제권을 발표했다. 이어 그해 9월 25일에는 국가 균형 발전 특별법을 전면 개정하는 내용의 지역발전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으며, 10월30일에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서울에 첨단산업단지를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수도권 규제 완화의 물결은 거세게 몰아쳤다. 2009년 3월 27일 수도권 보전지역 내 기존 공장 증설을 허용한 정부는 산업단지 활성화 등 2년간 한시적 규제 유예제도 도입을 발표했고, 5월8일에는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 계획을 변경해 2020년까지 수도권 내 그린벨트 14만 평방킬로미터를 해제키로 했다. 이러한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은 2010년 들어서면서 더욱 구미를 괴롭혔고, 대기업들은 탈구미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처럼 내우외환에 부대끼는 상황에서도 구미갑구의 김성조 의원과 을구의 김태환 의원은 위기의 늪으로 빠져드는 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도모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시의원 의원 정수 파동 과정에서 패인 앙금이 두 의원의 관계를 단절시켰기 때문이다. 구미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탐대실의  사례였다.

↑↑ 구미시 전경/ 사진= 블로그 당나귀 캡처

◇ 사색당파 식 구미 정치권의 균열, 이래서 큰일 도모하겠나
위기는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고, 끝도 없이 빠져드는 늪일 수도 있다. 통합 신공항 이전부지가 결정되면서 최대의 수혜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후도시 구미는 장세용 시장의 언급처럼 지금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특히 통합 신공항 건설은
KTX마저 유치하지 못해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구미가 사통팔달의 중심도시’로 전환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통합 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으로 구미가 재도약할 수 있는 장밋빛 비전 앞에 서 있지만, 힘을 도모해야 할 정치인들은 화합보다 분열의 정치, 구미를 위한 정치보다 자신을 위한 정치에 매몰돼 있다.
민주당 의원을 만나면 통합당 의원을 겨냥하고, 통합당은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다.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끼리 서로 삿대를 빼 들고, 통합당 의원들 역시 갑을로 나뉘어 등을 돌리는 모습은 마치 조선 후기의 사색당파를 보는 듯해서 유쾌하지가 않다.

지역발전을 위해 타당 소속의 정치인을 경제부지사로 영입한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마치 실과 바늘이 되어 지역발전을 위해 새로운 판을 짜는 김천식 정치가 시사해주는 교훈도 구미로서는 소중한 가치다. 통합 신공항 이전부지 결정이라는 비전이 구미에 주어졌지만,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서로 만나 머리를 맞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는 중앙이나 국회에서 할 일이다. 지역에서는 지역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한 봉사의 정치를 해야 한다. 시정이나 의정도 마찬가지다. 시청이나 의회가 이념 논쟁이나 분열을 일삼는 이전투구의 공간, 공무원에게 갑질을 하며 위세를 부리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시민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치열한 열정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정이나 지역 정치의 지향점은 자신의 안위나 출세보다 지역 발전과 시민의 안녕에 있어야 한다. 이념 대립, 지역 간 대립을 극복하고 구미의 재도약을 위해 서로 힘을 도모해야 달라는 시민들의 하소연이 귓가에 쟁쟁하지가 않나.
소탐대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구미에 주어진 골든타임은 바람처럼 사라질 뿐이며, 정치인들은 시민의 가슴에 증오와 저주의 존재로 남을 뿐이다.

구미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재도약을 위해 주변 여건이 나쁘지가 않다.
철천지원수인 오나라와 월나라의 사람들은 승선한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하자, 서로 힘을 도모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오월동주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넣기 바란다.


김경홍 기자 / 입력 : 2020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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