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곡역 전경 |
[경북정치신문=서울/손정우 기자] 도시는 관문에서 기억된다. 낯선 도시를 처음 찾는 사람은 시청도, 산업단지도 먼저 보지 않는다. 기차를 타면 역에 내리고, 버스를 타면 터미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첫 풍경이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을 결정한다. 구미도 예외는 아니다.
구미를 찾는 관문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KTX를 이용하면 김천구미역을 거쳐 시내로 들어오고, ITX-새마을과 무궁화호는 구미역에 정차한다. 여기에 대경선 개통으로 사곡역은 대구와 구미를 잇는 새로운 광역철도 관문이 됐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구미종합버스터미널을 통해 도시로 들어온다.
새로운 관문이 생겼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그 관문은 도시의 얼굴로 기능하고 있을까.
산단의 관문, 그러나 아직 미완성
사곡역은 구미국가산업단지와 가장 가까운 철도역이다. 대경선 개통으로 산단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고, 앞으로 대구와 구미를 오가는 근로자들의 이용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역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대형 패스트푸드 매장, 음식점 등이 하나둘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개별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만으로 산업단지의 관문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도시에 걸맞은 도시의 첫인상은 개별 점포가 아니라 공간의 완성도에서 만들어진다.
구미시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해 1공단로와 낙동강변을 연결하는 특화경관가로 조성, 근로자 오피스텔과 브랜드호텔 건립, 산업단지 혁신지구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업들은 아직 계획과 추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철도는 사람을 데려왔지만, 도시는 아직 그 사람을 머물게 할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구미역의 현실
구미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구미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6.2%, 2025년 24.3%, 2026년 24.4%로 3년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특정 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구미의 관문 전략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다.
선풍기 3대가 보여주는 것
버스터미널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여름 이용객들은 냉방시설 없이 낡은 선풍기 몇 대에 의존해야 했다. 수원에서 구미를 찾은 한 방문객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선풍기로 이용객을 맞는 터미널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방문객에게 중요한 것은 시설의 소유주가 아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도시가 처음 보여준 모습이다. 첨단 산업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새로운 철도 관문과 버스터미널의 첫인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산업 경쟁력과 도시 경쟁력 사이의 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발표된 계획이 도시의 첫인상을 바꿀 만큼의 속도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구미역 전경 |
동대구역이 증명한 것
사곡역의 미래가 막연한 상상이 아닌 이유는 이미 다른 도시가 같은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대구역이다.
2016년 12월, 8,800억 원이 투입된 대구신세계백화점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가 함께 문을 열었다. 개장 1년 만에 대구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40% 이상 늘었고, 동대구역 고속철도 이용객도 한 달 만에 118만 명에서 137만 명으로 15% 넘게 증가했다. 역 광장은 4,600㎡에서 2만600㎡로 크게 확장됐고, 낙후됐던 역세권은 대구를 대표하는 상권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동대구역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개발 효과가 아니다. 교통시설을 이동의 결절점이 아니라 도시의 첫인상이자 사람과 소비, 기업을 연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했을 때 도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커질 관문의 무게
앞으로 구미의 관문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신공항 조성과 연계 교통망 구축이 추진되고 있고, 중부내륙선 문경~김천 구간 건설과 연계한 KTX-이음의 구미역 정차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 되면 구미를 찾는 기업인과 투자자,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거대한 개발 계획만이 답은 아니다. 사곡역은 이미 발표된 특화경관가로와 정주여건 개선 사업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 버스터미널은 냉방시설처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
구미역은 원도심 재생과 연계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각각의 시설을 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관문'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고 실행해야 한다.
관문이 도시의 경쟁력이다
기업은 산업단지를 보고 투자할 수 있지만 사람은 도시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삼성전자 바이어도, 외국 투자자도, 관광객도 구미를 처음 만나는 곳은 공장이 아니라 역과 터미널이다.
도시는 산업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얼굴로도 경쟁한다.
산업단지가 구미를 성장시켰다면 이제는 도시의 관문이 구미의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구미의 미래는 공장 안이 아니라 사람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도시의 관문에서 시작된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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