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보수층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왜 그 보수층이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는가” |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보수 정치의 심장으로 불려 온 대구, 경북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뒤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정치적 충격을 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대구, 경북 민심의 민주당 전환‘으로 해석하거나, 반대로 민주당 전당대회가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모두 성급하다.
㈜에브리뉴스 의뢰로 ㈜에브리리서치가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대구, 경북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7.2%, 국민의힘 28.3%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8.9% 포인트 앞선 결과다.
전국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41.9%, 국민의힘 27.4%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둘째 주 조사보다 민주당은 4.9% 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7.6%포인트 하락했다. 대구, 경북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전국적으로 나타난 양당 지지율 변화가 보수 핵심 지역에도 투영됐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우선 짚어야 할 대목은 이번 한 차례 조사만으로 대구, 경북의 정치 지형이 뒤집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뉴시스기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9~1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서 40.2%를 기록해 조사 대상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전국 지지도는 민주당 45.4%, 국민의힘 24.9%였지만, 대구, 경북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나타난 것이다.
두 조사의 전국적인 흐름은 비슷하다. 모두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큰 격차로 앞섰다. 그러나 대구, 경북 세부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번 결과를 대구, 경북의 민주당 지지 전환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국민의힘이 보수 핵심 지역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자신하거나 어려운 상황이라는 경고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가 이번 지지도 조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크다.
에브리리서치 조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와 지역 순회 경선이 진행되던 시기와 겹쳤다. 특히 대구와 경북 민주당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각각 61.72%와 60.12%를 기록했다. 당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지역 가운데 대구가 가장 높고 경북이 두 번째로 높았다.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에서 오히려 권리당원들이 강하게 결집한 것이다. 전당대회 뉴스가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당대표 후보들의 메시지가 확산하면서 평소 정치적 소수로 인식되던 대구, 경북 민주당 지지층의 조사 참여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당대회 효과만으로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까지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컨벤션 효과는 민주당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의힘 직전 조사보다 7.6% 하락한 이유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 격차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확장이라기보다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가 무당층으로 이탈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책임 당원들이 대표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도 체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장 대표 측은 이를 당 흔들기로 규정하고 있지만, 반대 진영은 낮은 지지율과 리더십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국 당협위원장을 전 당원 또는 책임 당원 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당원 중심의 조직쇄신이라는 명분과 장동혁 체제 강화를 위한 조직 장악이라는 의심이 맞서고 있다.
보수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상대 정당의 공세 자체가 아니다. 여당이 여권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그 와중에 내부 권력 투쟁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줄 때 지지층은 투표장보다 먼저 여론조사 응답에서 이탈한다.
민주당에서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 황희 의원의 ’버스 하우스‘ 발언 등 악재가 잇따랐다. 황 의원은 폐기 버스를 개조해 청년주택으로 공급하자는 구상을 제시했다가 청년 주거 현실을 가볍게 봤다는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에는 여권의 정책 논란을 비판하고 중도층과 청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여권의 악재를 자신의 지지로 전환할 정치적 신뢰와 대안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보수층의 세대별 이탈을 분석할 때도 60대와 70대 이상을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
이번 에브리리서치 조사에서는 60대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관점에서 60대는 전통적인 핵심 지지층이면서 중도적 판단도 상대적으로 강한 세대다. 이 연령층이 흔들리면 단순한 조사상의 등락을 넘어 보수정당의 경쟁력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36.5%, 민주당 31.5%였다. 국민의힘이 5.0%포인트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의 접전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60대와 70세 이상에서 모두 민주당이 뒤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확한 진단은 ’60대에서는 민주당 우세,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앞섰으나 ‘접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이 70세 이상에서도 40%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기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무당층으로 물러난 고령 보수층이 적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진보적으로 전향했다기보다 현재의 국민의힘을 보수정당의 유능한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관망하는 보수층’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지점은 대구, 경북 주민들이 민주당에 정치적 주도권을 넘겼다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힘이 대구, 경북의 지지를 더 이상 당연한 자산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데 있다.
대구, 경북 유권자에게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가장 가까운 정당이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정당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만족스러운 정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보수 유권자도 정부, 여당을 견제할 능력, 지역 현안을 해결할 실력, 지도부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평가한다.
국민의힘이 여권의 부동산, 수사권 정책과 청년 주거 논란을 비판하면서도 대안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보수층은 민주당을 선택하기에 앞서 ‘지지 정당 없음’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이 16.4%에 달한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이번 대구,경북 수치를 지역 민심의 구조적 전환으로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른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대구, 경북에서 40.2%를 기록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30%대 후반의 지지율을 유지하는지 확인해 봐야 비로소 지역 기반 확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대구, 경북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선 결과는 하나의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구, 경북 권리당원과 지지층이 이례적으로 결집한 효과가 있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거취는 논쟁과 조직 주도권 갈등, 대안 야당으로서의 존재감 부족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충분히 결집하지 못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더 심각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수 있지만, 핵심 지지층의 신뢰 상실은 지도부와 노선이 바뀌지 않는 한 저절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의 37.2%대 28.3%라는 숫자는 정권 지지 지형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선언이 아니다. 보수의 텃밭이 더 이상 국민의힘의 ‘무조건 지지 지역’이 아니라는 경고다.
국민의힘이 이 결과를 조사 방식이나 민주당 전당대회 탓으로만 돌린다면 다음 조사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보수층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왜 그 보수층이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는가”
이관순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홈
오피니언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