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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견된 결과, '총수 소환령'은 첫 관문부터 막혔다

손정우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26/10/05 18:34 수정 2026.10.05 18:35

산업통상부 종합감사는 10월 22일에 예정돼 있다

 

[경북정치신문 / 서울= 손정우 기자] 지난여름 이 지면에서 다뤘던 '총수 소환령'이 국감 개막을 하루 앞둔 지금,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산자중기위로 불러 따지겠다던 발언이 나온 지 석 달, 실제로 야당 간사 자리에까지 올랐던 구자근 의원은 1차 증인 채택에서 두 총수를 증인석에 세우는 데 실패했다.

협상은 결렬됐고, 명단엔 이름이 없었다

9월 21일, 산자중기위 여야 간사는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을 놓고 사전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전체 회의 자체가 취소됐다. 쟁점은 역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였다. 

 

국민의힘은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증인으로 세워 투자 결정 과정에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날인 9월 22일 의결된 1차 일반증인·참고인 명단에도 두 총수의 이름은 끝내 오르지 못했다. 공교로운 것은, 같은 날 구자근 의원 등이 기업도시 추진 문제로 요구한 이기승 BS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의원은 국감을 앞둔 10월 2일 BS그룹의 솔라시도 사업을 둘러싼 의혹까지 직접 제기한 바 있다. 즉 증인 신청 자체가 전부 막힌 것은 아니었다. 유독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둘러싼 요구만 여야 합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감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 5일 현재까지도 이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전망은 어둡다

산자중기위 국감은 10월 6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지고, 이 가운데 핵심인 산업통상부 종합감사는 10월 22일에 예정돼 있다. 김성원 산자중기위원장이 "최종 확정은 아니다"라며 여야 간사의 추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종합감사를 앞두고 두 총수가 뒤늦게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인 1차 증인 채택 단계에서부터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합의에 실패한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국감이 진행될수록 여야 간 대치가 누그러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BS그룹 회장 같은 증인은 통과시킬 수 있었으면서도 정작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이 사안에서만 막혔다는 사실은, 야당 간사 한 사람의 협상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구조적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가 예정돼 있었다면, 애초의 발언은 실현 가능성을 따진 말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예견됐던 일이었다

이 결과는 사실 놀랍지 않다. 지난 여름 7월 기사에서 정확히 이 지점을 짚었다. 야당 간사가 됐다고 해서 여대야소 국회의 근본적인 산수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증인 채택은 통상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위원회에서 의결한다. 합의가 깨지고 표결로 가면 결국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시 발언은 마치 간사 자리에만 오르면 소환이 성사될 것처럼 들렸다. 그 호언장담이 석 달 만에 현실 앞에서 1차로 무너진 셈이다. 이쯤 되면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협상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그 테이블에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두 총수가 빠진 채 맞는 국감,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이다. 1차 증인 명단에서 총수 소환이 막힌 지금, 구자근 의원은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총수 없는 국감에서도 검증의 길은 남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업 공시자료를 통해 실제 확정된 투자액과 집행 일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895조 원 규모로 발표된 서남권 반도체·AI 투자계획의 실체를 총수의 육성 답변이 아니라 공시와 설비투자 자료로 가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칼럼에서 짚었던 '간사의 진짜 역할'이다. 총수를 불러 세우는 장면이 아니라, 정부 부처와 기업 자료를 파고들어 투자의 실체를 검증하고 지역의 몫을 확정 짓는 실무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은 여전히 증인 채택 공방에 머물러 있다. 총수가 1차 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반발은 나오고 있지만, 그 대안으로 투자 확정액과 집행 계획을 얼마나 집요하게 따져 물을 준비가 돼 있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말의 무게는 여전히 유효하다

총수를 부르겠다는 말이 지켜지지 않은 것 자체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여야 협의가 깨지면 표결로 가고, 그 표결에서 다수 의석을 쥔 여당이 유리한 것은 국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소환이 막혔다면, 이제는 총수의 입이 아니라 숫자와 문서로 승부를 봐야 한다. 

 

투자 확정액은 얼마이고, 집행 일정은 어떻게 잡혀 있으며, 구미를 비롯한 영남권에 돌아올 몫은 무엇인지를 국감장에서 끝까지 캐묻는 것,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정치다.

지난여름 기사에서 "말은 끝났다, 이제 결과다"라고 썼다. 석 달이 지난 지금, 1차 증인 채택이라는 첫 관문은 일단 '소환 불발'로 끝났다. 산업통상부 종합감사가 열리는 10월 22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처음부터 말뿐이었던 소환령이었는지, 아니면 끝까지 결과로 증명해낼 것인지, 이제 막을 올리는 이번 국감이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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