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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부지가 아니라 전력망이다 |
[경북정치신문=서울/손정우] 대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발표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구미시는 이미 ‘구미시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를 통해 부지 임대료 감면과 조세 감면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 조례가 이번 투자 결정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대기업이 지방 투자를 검토할 때 참고할 만한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란
여기서 짚어야 할 변수가 하나 있다. 정부는 지역 에너지 자립과 전력계통 부담 완화를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11월 부산 강서, 경기 의왕, 전남, 제주가 먼저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울산, 경북 포항, 충남 서산이 추가 지정되면서 신규 특화지역은 총 7곳으로 늘었다.
경북의 신청과 좌절
경북도는 애초 포항(신산업 활성화)·구미(전력수요 유치)·경주(신산업 활성화) 3개 모델을 신청했으나, 전국 7개 최종 후보에는 포항만 이름을 올렸다. 구미가 신청했던 모델은 구미국가1산단에 열병합발전 기반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하는 분산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활성화 구상이었지만, 최종 후보 단계에도 오르지 못했다.
구미하이테크에너지가 추진하던 100MW 데이터센터 계획이 300MW로 확대·편입되면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의 결합 구상도 함께 발표된 바 있으나, 이 요소가 최신 300MW 확대안에도 그대로 유지되는지는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구미가 가야 할 길
구미로서는 향후 특화지역 추가 지정에 도전하는 한편, 지정 전이라도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과 자가발전, 연료전지 등 현행 법체계에서 가능한 분산전원 활용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화지역 지정이 전기요금 인하를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내 직접거래와 개별 요금 협상이 가능해질 경우 전력조달 비용과 사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전 1기급 수요, 계통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짚어야 할 것은 소음이나 열섬보다 더 근본적인 변수, 바로 전력계통이다. 사업자가 제시한 1.3GW 규모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대형 원전 1기의 발전설비 규모에 견줄 정도다.
물론 발전설비 용량과 데이터센터의 실제 전력사용량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지만, 기존 지역 전력망만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초대형 수요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계획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려면 한국전력과의 계통접속 협의, 송·변전 설비 보강 비용과 시점, 재생에너지와 자체전원의 조달 구조가 먼저 구체화돼야 한다.
부지가 아니라 전력망 싸움
결국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부지가 아니라 전력망이다. 구미가 경북 지역의 높은 전력자립도를 배경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유리한 출발점이지만, 포항이 먼저 특화지역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구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에 걸맞은 전력공급 모델과 실제 계통 수용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채워야 할 소프트웨어 땔감: 네 가지 정책 과제
하드웨어라는 화로는 마련되고 있지만, 그 안에 채울 소프트웨어 땔감은 아직 구상 단계에 가깝다. 여기서부터는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구미가 지금 결단해야 할 정책 과제로 짚어야 한다.
첫째, 인재 확보다. "지방에는 개발자가 없다"는 기업들의 고질적인 불만을 해결하려면 금오공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AI 특화 교육 과정 신설이나, 청년 개발자를 위한 주거비·정착비 지원 조례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도인 만큼, 지금이 설계할 시점이다.
둘째, 폐열의 법적 지위 정비다. 현재 국내법상 데이터센터 폐열은 독립된 재생에너지원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에너지효율화·미활용열 활용 정책의 대상으로 끌어올려야만, 폐열을 인근 시설에 공급할 때의 세제 지원이나 공급 중단 시 책임 소재를 정리한 표준계약 제도 마련도 가능해진다. 다만 법적 지위 인정만으로 세제 혜택이 자동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세법·에너지법·열공급 관련 법령을 각각 개정해야 하는 별도의 입법 과제다.
셋째, 주민 신뢰를 위한 정보 공개다. 아무리 공단 내부라 해도 전자파나 저주파 진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남는다. 데이터센터를 특정한 별도의 실시간 정보 공개 체계는 현재 구미시에 확인되지 않는다. 기존 환경·소음 관련 조례로 일부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공개 조례를 새로 검토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저렴하고 강력한 방어선이 될 수 있다.
넷째, 지역 환원 구조다. 데이터센터는 세수 기여가 기대되지만, 상주 고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낙수효과 착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다만 특정 기업이 낸 재산세를 직접 특정 기금에 자동 귀속시키는 방식은 지방재정법·지방세법상 목적세 논란을 부를 수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시가 일반회계에서 매년 일정 규모를 AI 상생사업 예산으로 편성하거나, 기업의 자발적 상생협약을 통한 지역기여기금 조성을 검토하는 편이 법적으로 안전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재원을 지역 청년 IT 교육이나 스마트팜 전환 지원에 쓴다면, 데이터센터의 이익이 시민 전체로 흐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판은 절반쯤 깔렸다
삼성SDS와 퀀텀일레븐 컨소시엄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되고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이를 실제 착공과 최종 투자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력계통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관문을 넘어야 한다. 동시에 구미는 향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추가 지정에 다시 도전할지, 특화지역과 별개로 실행 가능한 지역 전력조달 모델을 구축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공장을 얼마나 많이 유치했느냐가 아니라, 전력과 제도,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미가 그 첫 번째 모범답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레버뉴커 켑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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