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CE평가정보㈜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별도포괄손익계산서 기준)를 토대로 ‘(2025년 기준)본사 구미소재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경영실적’을 분석했다. |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엠코의 서남권 투자계획을 묶는 896조 원 규모의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에 광주 군 공항 일대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다.
정부는 군 시설 이전과 산업 용지 조성을 동시에 추진해 2029년 첫 생산공장 완공,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대규모 국가 산업이 속도를 내는 사이 구미에서는 지역 대표기업 100곳의 지난해 매출이 감소하고 소수 대기업에 실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산업도시가 경쟁력을 지키려면 기업 수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투자와 생산, 고용으로 이어지는 성장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선명해지고 있다.
광주의 속도전은 구미국가산업단지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구미상공회의소가 NICE평가정보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식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2025년 본사 구미에 있는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경영실적’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매출은 16조 9천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17조 4천629억 원과 비교하면 2.9% 줄었다.
100곳 가운데 51곳은 매출이 늘었지만 49곳은 감소했다. 절반이 성장하고 절반이 뒷걸음친 셈이다. 이들 기업이 구미산단 전체 생산액 47조 4천856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7%였다.
매출이 일부 기업에 몰린 점도 눈에 띈다. 한화시스템이 3조 915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SK실트론 2조 773억 원, 도레이첨단소재 1조 9천554억 원이 뒤를 이었다. 세 회사의 매출을 합하면 약 7조 1천242억 원으로 100대 기업 전체 실적의 42%에 해당한다.
범위를 상위 10곳으로 넓히면 합계가 약 10조 4천895억 원에 이른다. 전체의 61.9%다, 주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때는 지역 경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만, 특정 회사나 업종이 어려움을 겪으면 산단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기업별 흐름은 엇갈렸다. 한화시스템 매출은 전년보다 10.7% 늘었고 원익큐엔씨는 14.9%, 아주스틸은 8.5% 증가했다. 반면 피엔티는 27.3%, LG-HYBCM은 34.0% 줄었다. SK실트론은 0.7%, 도레이첨단소재는 4.6% 감소했다.
전체 외형은 작아졌지만, 수익성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81개 사가 영업흑자를 냈으며 평균 영업이익률은 7.6%로 나타났다. SK실트론이 4천73억 원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고 한화시스템 2천800억 원, 도레이첨단소재 1천441억 원순이었다.
산업 구성을 보면 제조업이 79개사로 중심을 이뤘다. 세부적으로는 전기·전자 31개사, 기계·금속·자동차 27개사, 섬유·화학 14개사, 기타 제조업 7개사였다. 나머지는 도소매업과 건설업이 각각 8개사, 부동산업 2개사, 기타 업종 3개사였다.
기업 규모는 중소기업 64개사, 중견기업 29개사, 대기업 7개사로 조사됐다. 코스피 상장사는 한화시스템과 아주스틸 등 2곳, 코스닥 상장사는 17곳이었으며 비상장기업이 81곳을 차지했다.
일자리 비중도 크다. 해당 기업들이 고용한 인원은 모두 2만 8천724명으로 구미산단 전체 근로자 7만 9천51명의 36.3%에 달했다.
기업 연령은 설립 20년 이상이 66곳이었다.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회사가 많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설립 10년 미만 기업이 13곳에 그친 점은 새로운 성장기업을 끌어들이고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광주는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와 입지 결정, 후보지 지정, 기업 현장 점검, 기반시설 협의를 짧은 기간 안에 이어가고 있다. 구미는 이미 반도체 소재·부품과 방산, 전자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 기업의 실적에만 기대서는 국가 주도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구미산단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896조 원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사업을 실행하는 속도다.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실제 기업 투자로 연결하고, 로봇산업까지 지역의 새 먹거리로 키우려면 부지와 전력·용수, 연구개발, 인력 양성 계획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어야 한다.
구미상공회의소도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산단 전체의 3분의 1을 웃도는 만큼 경제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K-반도체와 방산에 로봇을 더한 3대 신산업을 완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산업의 허리를 맡을 중견기업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구미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라기보다 체질을 바꿔야 할 시점이 왔다는 신호에 가깝다.
81개사가 이익을 내고 2만 8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전체 매출 감소와 상위 업체 편중, 신생기업 부족은 해결해야 할 약점이다.
국가산단은 지정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기업이 공장을 짓고 협력업체가 따라오며 지역 청년이 일자리를 얻을 때 비로소 지역경제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관순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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