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경북정치신문

[칼럼] 삼성 로봇시대 여는 구미…'데이터 공장' 넘어 ..
오피니언

[칼럼] 삼성 로봇시대 여는 구미…'데이터 공장' 넘어 'AI 두뇌'까지 품어야

이세연 기자 입력 2026/07/25 09:07 수정 2026.07.30 20:57
삼성전자 ‘RX사업추진실’ 신설, 휴머노이드 사업 본격화
연구는 서울 우면동·제조 데이터는 구미, 고부가가치 기능 확보가 관건
공동 연구거점·로봇 실증·데이터 분석 체계 구축해 기술과 일자리로 연결해야

데이터를 만드는 구미, 지능까지 품어야 한다

[경북정치신문=서울/손정우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노태문 대표이사 직속으로 로봇 사업 전담 조직인 'RX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조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구미를 휴머노이드 양산과 AI 데이터 기반 제조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삼성의 투자 구상도 이제 본사 차원의 조직으로 뒷받침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분명 반갑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은 구미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데이터를 만드는 도시가 그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기능까지 함께 가질 수 있는가. 이것이 이제 구미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연구는 우면동, 데이터는 구미

이번 조직 개편에서 삼성전자는 로봇 연구개발 인력의 중심을 서울 우면동 R&D캠퍼스로 모았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대해 로봇 기술 개발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구미사업장은 '데이터 팩토리'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머노이드가 실제 생산현장에서 작업하며 축적하는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거점이다. 구체적인 협업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구 기능은 우면동에, 제조 현장은 구미에 배치되는 큰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두고 구미를 홀대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첨단 연구 인력을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라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수도권에는 대학과 연구기관,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전문 인력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 구미가 데이터를 만드는 역할에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를 기술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능까지 확보할 것인가. 그것이 앞으로 구미가 풀어야 할 과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팩토리는 결코 단순한 생산시설이 아니다. AI 시대에 양질의 산업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연구실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경쟁력이다.

데이터가 AI 시대의 원유라면, 데이터 팩토리는 그 원유가 생성되는 핵심 현장이다. 그러나 원유를 확보하는 것과 이를 정제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그 데이터를 누가 학습시키고, 알고리즘으로 발전시키며, 특허와 표준,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칫 연구와 분석, 기술 사업화 기능이 다른 지역에 집중된다면, 구미에는 생산과 데이터만 남고 고부가가치 산업은 다른 곳에 축적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공장을 하나 더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기술이 축적되며, 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구미가 협상해야 할 것

이번 조직 개편은 구미에 나쁜 소식이 아니다. 오히려 삼성이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신호이자, 구미가 휴머노이드 양산과 제조 데이터 축적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회를 지역의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시와 지역 정치권은 막연한 환영이나 협조를 넘어 구체적인 협상 의제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삼성과 지역 대학·연구기관이 함께하는 공동 AI·로봇 연구거점을 구미에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현장에 연구 기능이 일부라도 함께 자리 잡아야 기술 축적이 가능하다.

둘째, 정부가 추진 중인 로봇 메가특구 정책과 연계해 구미를 휴머노이드 제조현장 실증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대구 달성군에 조성 중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다양한 실제·가상 환경에서 로봇의 성능과 안전성, 신뢰성을 검증한다면, 구미는 실제 양산 공정에서 장기간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두 지역은 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구미의 AI 데이터 인프라와 데이터 팩토리를 연계해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저장과 전처리, 분석과 초기 학습이 지역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가 외부로 전달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기술과 기업, 인재로 이어질 때 비로소 데이터 팩토리는 지역의 산업 자산이 된다.

공장만 남아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생산하는 도시보다, 데이터를 가치로 바꾸는 도시가 더 강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유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를 기술로 만들고, 기술을 특허로 만들고, 특허를 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기능까지 함께 갖춰야 비로소 산업의 중심이 된다.

구미는 이미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다. 이제는 제조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하는 도시를 넘어, 그 데이터로 미래 기술을 설계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삼성의 조직 개편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첫 번째 신호다. 이제 남은 과제는 데이터를 만드는 도시를 넘어, 지능까지 품는 도시로 성장하는 일이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저작권자 © 경북정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30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