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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은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 권리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도 노숙인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진=블러그 |
[문화칼럼= 발행인 이관순] 우리가 무심코 들길을 걷는 동안 이름 없는 미물은 발등에 찍혀 생을 달리하고, 우리가 행복과 사랑을 주고받는 동안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난 누군가는 외롭게 쪼그려 앉아 있다.
중소 도시 이상의 기차역을 오르내릴 때마다 문득 가슴 한켠을 부여잡는 풍경 중의 하나가 노숙인의 시선이다. 그도 행복했던 삶의 단편을 한 소절 정도는 가슴에 품고 있겠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까지 버리고 떠나온 애절한 사연을 가슴 깊이 눌러 담고 살아간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으로 더욱 취약해진 노숙인의 건강권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들어 노숙인의 건강 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급여 제도는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경제 능력을 상실한 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조 제도로서 질병과 사고 위험으로부터 저소득층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노숙인 진료시설을 지정하고 있고,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및 노숙인 자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은 지정된 노숙인 진료시설을 이용해야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곳은 2021년 4월 기준 286개소이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거나 진료과목이 한정되어있는 등 노숙인들이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기에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코로나 19 상황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의 기능을 병행함에 따라 노숙인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지정된 진료시설만 이용해야 하는 일시보호시설 및 자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감염병 이외의 질병에 대하여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진료 및 처치를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노숙인들은 또 복잡한 의료급여 지침 때문에 아예 생명을 담보로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현행 제도상 노숙인이 의료급여 적용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에 지속해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실이 확인되어야 하고, 관할 시설장이 노숙인에게 신청서를 제출받아 지자체에 보내야 한다.
그러나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또는 자활시설 설치 현황을 보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 없는 지자체가 13곳, 노숙인 자활시설이 없는 지자체가 4곳이며, 둘 다 없는 지자체도 4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나 자활시설이 없는 지역의 노숙인은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의료급여 신청 자체가 어려워 국가의 의료급여제도에서 배제되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 19 재난 상황으로 더욱 취약해진 노숙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할 것과 노숙인의 의료급여 신청이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 등을 보완할 것을 2022년 1월 19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일지라도 시행될런지도 의문이며, 또 시행이 되더라도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는 언제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건강권은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 권리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도 노숙인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구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존엄성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대원칙의 실현을 위해 자체적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19 재난 상황 속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중 누군가는 노숙인의 신세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지금도 한파 속에서 하루하루를 쓰라리게 연명하는 노숙인들, 그들인들 단란한 가정과 땀 흘려 일해야 할 직장을 갈망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무심코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 누군가는 노숙인의 길로 들어서고 있고, 또 누군가는 노숙인이라는 삶 속에서 서러움을 곱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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