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한 9억3540만 달러를 기록했다. |
[경북정치신문=이세현 기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라면의 성장세가 구미에 새로운 산업 기회를 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심 라면 생산기지에 이어 오뚜기라면의 수출 전용공장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구미가 라면 생산과 수출, 푸드테크, 축제를 하나로 잇는 ‘대한민국 라면산업 중심도시’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라면이 해외시장에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9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연간 수출 20억 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27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9억3천54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연간 라면 수출액 15억2천90만 달러의 61.5%가량을 올해 상반기에 이미 달성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라면 수출 10억 달러 돌파 시기도 지난해 9월 초보다 한 달 이상 빠른 7월 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지역도 중국과 미국을 넘어 유럽과 중남미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라면 수출액은 중국이 2억1천76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9% 증가했다. 미국 수출은 1억7천530만 달러로 24.4% 늘었다.
특히 유럽지역 라면 수출액은 1억5천30만 달러로 47.5% 증가했다. 중남미 수출은 3천460만 달러로 무려 150.9% 늘어나 K-라면 소비가 기존 주력 시장을 넘어 새로운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K-팝과 영화, 드라마, 온라인 콘텐츠 등 한류의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영상 속 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직접 제품을 구매하면서 한국식 매운맛과 볶음면, 다양한 조리법에 익숙해지고 있다.
기업들도 국가별 입맛과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현지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교민 중심이었던 소비층이 현지 젊은 세대와 일반 가정으로 넓어진 것도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K-라면의 세계시장 확대는 구미지역 산업과도 직접 연결된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9천340억 원, 영업이익 67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20.3% 증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법인 매출은 23.1% 늘어나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아 2025년 기준 누적 매출 20조 원을 넘어섰다. 누적 판매량은 약 425억 개에 달하며, 전체 누적 매출 가운데 약 40%가 해외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과 호주, 베트남에 이어 올해 러시아 법인까지 출범시켰다. 현재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농심 라면 생산의 핵심 거점 가운데 하나가 구미공장이다. 구미 농심공장은 하루 약 600만 봉의 라면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 시설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약 12억3천만 개, 생산 금액은 8천840억 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약 80%, 짜파게티의 약 90%가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약 600명이 근무하며 AI 센서와 스마트카메라를 활용한 자동화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CNN도 지난 5월 농심 구미공장을 직접 찾아 K-라면의 생산 현장과 구미라면축제를 소개했다. 라면이 단순한 한 끼 식품을 넘어 지역 산업과 문화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오뚜기 2천억 원 투자...“구미에 수출공장 신설”
구미 라면산업은 오뚜기라면의 신규 투자로 또 한 번의 성장 계기를 맞았다. 오뚜기라면은 지난 13일 경상북도, 구미시와 수출용 라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뚜기라면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구미 제2국가산업단지에 총 2천억 원을 투입해 수출용 라면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120명의 신규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 제품은 현재 7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해외에서 늘어나는 K-라면 수요에 대응하고 구미를 주요 수출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결정됐다.
투자 협약에는 단순한 공장 건설뿐 아니라 스마트 제조와 수출 제조혁신, 제조데이터 표준화, 관련 규제 개선 등 푸드테크 분야 협력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구미는 기존 농심공장에 오뚜기라면의 수출 생산 시설까지 갖추게 된다. 서로 다른 대형 라면기업의 생산 기반이 한 도시에 자리 잡으면서 관련 원료와 포장재, 물류, 자동화 설비업체가 함께 성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투자양해각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첫 약속인 만큼 실제 공장 착공과 준공, 계획된 고용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구미시와 경북도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구미라면축제 현장에서 나만의 레시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라면 공작소 |
| 구미라면 축제 현장에서 볼 수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 |
생산공장과 라면축제 연결, 구미만의 경쟁력
구미의 강점은 라면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관광과 문화 콘텐츠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처음 시작된 구미라면축제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갓 생산한 라면을 축제장에서 맛볼 수 있다는 차별화된 이야기로 성장했다.
첫해 약 1만 명이었던 방문객은 2025년 약 35만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축제 기간 사흘 동안 라면 요리 5만 4천여 그릇과 봉지라면 약 48만 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는 구미역과 문화로, 금리단길 등 구도심에서 열려 방문객 소비가 주변 음식점과 카페, 숙박업소로 이어지는 효과도 내고 있다.
‘2026 구미라면축제’는 오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구미역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미시는 축제의 핵심 먹거리 공간인 라면레스토랑 참가업체를 선정하고 프로그램과 교통, 안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오뚜기라면 공장이 완공되면 축제 콘텐츠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여러 기업의 제품을 활용한 라면요리와 신제품 체험, 생산공장 견학, 푸드테크 전시, 해외 바이어 상담회 등을 연계하면 지역축제를 산업박람회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K-라면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유럽, 중남미의 요리사와 콘텐츠 제작자, 유통업체를 축제에 초청한다면 구미라면축제를 국제적인 K-푸드 행사로 키울 수 있다.
K-라면 수출 증가는 구미에 분명한 기회지만 생산공장 두 곳만으로 라면산업 중심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공장과 지역 중소기업을 연결해 원료와 포장재, 기계설비, 물류 등 관련 산업이 구미에 함께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식품 연구개발과 푸드테크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스마트공장과 AI 품질관리, 제조데이터 분석, 친환경 포장재 개발 등을 지역의 새로운 산업으로 키운다면 라면 생산 증가가 더 많은 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확대에 필요한 철도, 도로, 항공 물류망 구축도 중요하다. 대구경북신공항과 구미국가산업단지, 주요 고속도로를 연결해 생산된 제품을 해외시장으로 빠르게 보내는 물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라면축제 역시 방문객 숫자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역경제에 남기는 효과를 높여야 한다. 축제 방문객이 구미역 주변 상권과 전통시장, 금오산 등 관광지에 오래 머물도록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K-라면 수출은 올해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연간 20억 달러 달성 여부는 하반기 환율과 관세, 원재료 가격, 해외 소비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의 성장세만 놓고 보면 현실적인 목표로 평가된다.
구미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심 생산기지와 오뚜기의 신규 수출공장,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라면축제까지 갖추게 됐다. 생산과 수출, 기술, 관광이 함께 움직이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팔리는 K-라면이 구미의 투자와 일자리, 구도심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때 구미는 단순히 라면을 많이 만드는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라면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세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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