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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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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지도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당부한다 ‘산을 만나면 함께 길을 만들고, 강물을 만나면 함께 다리를 놓아라’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5/18 01:25 수정 2020.05.18 01:52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삼국지연의)라는 말이 있다/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자세로/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뚜벅뚜벅 전진해 나가야 한다/ 길을 만들어야 할 산 앞에서 내편 네편으로 갈리어 패싸움을 벌이고‘ 다리를 놓아야 할 강물 앞에서 다리를 놓는 방식을 놓고/ 춘추 전국형 분쟁이나 일삼고 있으니.../


{사설= 발행인 김경홍} 삼성의 미래를 떠올리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쏟아진다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며 신경영을 주창했다. 이 회장의 고뇌에 찬 결단은 실천으로 옮겨졌고, 23년이 흐른 지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일류기업 삼성을 잉태시켰다.
개인이나 기업이거나 간에 성공사를 쓰게 된 이면에는 그만한 형설지공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에서부터 2018년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구미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으로 출마한 인사들은 ‘구미경제 재도약’을 기치로 내걸고 숱한 공약을 쏟아냈다.

그들은 이를 위해 국내 최대의 내륙공단이 소재하고 있는 구미를 육지 속의 섬이 아닌 사통팔달의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그 기본 단계로서 KTX 구미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그들이 내건 공약은 변죽만 울렸을 뿐이었다. 결국 그들은 언제 착공이 되고 준공이 될지도 모를 남부내륙철도를 활용한 KTX 구미 유치로 방향을 전환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뒷짐을 지고 있다가 정부가 남부내륙철도를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자, 숟가락을 얹혀놓고, 마치 KTX 유치가 성사된 것처럼 떠벌려댔으니, 이를 믿은 구미시민만 바보가 된 셈이다.

그래서 성인들은 다언삭궁(多言數窮)을 되새기라고 타일렀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困難)한 처지에 빠진다는 의미다. 말 많은 지도자만 궁지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른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때문에 성인들은 특히 지도자에 대해 다언삭궁을 누누이 타이르곤 했다.

2016년 이후 구미에 정치는 있었지만, 구미와 시민은 없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보수정당이 갑을 공히 전략공천 인사를 후보로 내세웠고, 당선된 그들은 자신들만의 정치에 몰입했다. 지역발전과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표현이 옳을 듯싶다.

이어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구미 경제를 도약 시켜 달라’는 구미시민들의 애절함이 집권 여당 후보에게 힘을 싣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역발전과 지역민보다 중앙당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보수당 정치인들에 대한 엄중한 시민적 심판이었다. 이 결과 집권여당의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고, 다른 한 축인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도 많은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월계관을 목에 걸었다.

집권당의 힘을 빌려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허우대는 구미경제를 재도약 시켜달라는 간절함과 애절함이 묻어난 실용주의의 표로였다.

하지만 이들은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한 채 진영의 논리 속에 매몰되었고,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국인 시민들을 분열 시켜 놓았다. 공익의 가치관은 오간 데 없고, 오로지 자신의 철학을 주입하거나 앙갚음하기에 급급했다. 이러니, 실용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애절함이 설 자리가 있었겠는가.

벼를 심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고, 논에 물을 대려면 물길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내륙 최대의 구미공단인 논밭에 서둘러 묘 심기를 해야 하고, 거둬들인 수확물을 지역민들에게 안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물을 끌어들일 물길이나 매한가지인 KTX 유치를 놓고 5년 가까운 세월을 허송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더군다나 어느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물길을 내는지를 놓고 구미지역 갑을 정치인, 보수․진보정치인들이 제팔 제 흔드는 격으로 제 갈 길만 고집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미의 정치지도자들은 서둘러 진영의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어찌하여 다른 후발 산업도시들은 과거를 딛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데, 산업화의 신화를 이룬 구미만 유독 과거로, 과거로 회귀만 하고 있단 말인가.


↑↑ 구미시 전경. 사진 = 까페 이킹 캡처

삼국지연의에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라는 말이 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자세로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뚜벅뚜벅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길을 만들어야 할 산 앞에서 내편 네편으로 갈리어 패싸움을 벌이고, 다리를 놓아야 할 강물 앞에서 다리를 놓는 방식을 놓고 춘추 전국형 분쟁이나 일삼고 있으니, 더 이상 무엇을 기약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최고라는 선민의식을 가진 지도자는 지역발전을 후퇴시키고, 시민을 불행하게 하는 법이다. 역으로 위대한 시민을 떠받들겠다는 친서민 의식을 가진 지도자가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시민 행복 시대를 열 수 있다.

구미의 정치 지도자와 오피니언 리더그룹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신경영 철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는 결의 없이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구미 시대를 열 수 없다.
머지않은 날, 구미발전을 저해시킨 지도자로 기록된다면 그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자세로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뚜벅뚜벅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시민의 엄명을 무시한다면 그 지도자는 지역발전과 시민 행복을 배반한 존재로서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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