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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붕어빵 엄마, 우리들의 시장(市長)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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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엄마, 우리들의 시장(市長)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세연 기자 입력 2023/10/23 14:08 수정 2023.10.23 14:09
- 우리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세상

구미 도리산 전망대

[경북정치신문·k문화타임지 공동칼럼= 발행인 이관순] 식탁에 가을밤이 곱게 내려앉았다. 밤길을 걸어 들어온 소녀와 옛날 통닭을 들고 온 아빠, 깨알같은 말씨들을 식탁에 흩뿌렸다.

 

다소 피곤한 어깨를 다독이는 소녀의 입가, 어쩌면 아름다운 꿈을 저 혼자 몰래 가꾸고 있을 미소가 시냇물로 찰랑거렸다. 살며시 그들의 고운 관계를 밀치고 들어서는 엄마, 식탁에 턱을 괴고 살며시 끼어든 얼굴에 고운 피소가 피어났다.

차압 딱지가 밤길을 걸어 들어온 소녀를 막아섰다. 새벽길을 밟은 아빠의 취기가 마룻바닥에 아주 낮게 무너졌다. 문틈 새로 흘러나온 엄마의 긴 흐느낌이 아빠를 일으켜 세웠다. 이불을 뒤집어쓴 소녀, 손등에 눈물을 뿌렸다. 현관문을 비집고 들어선 한기가 식탁에 기침을 토해냈다.

낡은 리어카가 무너져 내린 단풍을 밟았다. 클랙션이 울려대는 대로, 아슬하게 건너온 리어카가 골목 뒷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그 엄마가, 많이도 야윈 엄마의 손이 붕어빵을 만들어 냈다. 

 

금오산 산길을 가쁘게 걸어 온 초겨울이 눈발을 흩뿌렸다. 붕어빵을 만들어 내는 엄마의 손이 바빴다.
추워야 사는 사람들, 엄마도 어느새 그 세상의 주민이 되어 있었다.

우리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세상, 누군가는 그 세상이 서로 교감하는 길을 내야 한다. 누군가는 그 끊어진 세상을 이어주어야 한다. 누군가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건너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 가슴의 강에 흐르는 눈물, 한때 고운 꿈을 피워냈을 가슴들을 곱게 안아주어야 한다.

붕어빵을 먹는 ‘ 밤길의 시장’, 어쩌면 그 붕어빵 엄마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걸어 들어오는 시장을, 우리들의 시장을 기다리고 있을는지 모른다. 붕어빵을 구워내는 손을 곱게 잡은 시장의 손, 

 

그 붕어빵 엄마는 간밤의 눈물을, 그들만의 세상 편지를 쥐어주고 싶어 할지 모른다. 어쩌면 가슴에 꾹꾹 눌러놓았던 눈물을, ‘엉엉’ 토해내고 싶어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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