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피고인 5명 전원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
[경북정치신문=홍내석 기자] 구미 지역에서 노후 원룸 건물을 매입한 뒤 담보대출과 임대보증금 채무를 떠넘기는 방식으로 이른바 ‘깡통전세’를 만든 일당에게 법원이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매도인과 공인중개사, 매수인들이 보증금 반환 능력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나눴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단독은 지난 22일 구미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 5명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건을 주도한 매도인 길모 씨와 임대차계약 및 건물 거래에 관여한 공인중개사 김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됐다. 건물을 넘겨받은 매수인 오모 씨와 심모 씨는 각각 징역 3년 6개월, 하모 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매수인 3명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정구속했다. 이미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길 씨와 김 씨의 보석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별 선고 결과는 ▲매도인 길 모씨 징역 4년 6개월 ▲공인중개사 김 모씨 징역 4년 6개월 ▲매수인 오모 씨 징역 3년 6개월, 법정구속 ▲매수인 심 모씨 징역 3년 6개월, 법정구속 ▲매수인 하 모씨 징역 2년, 법정구속했다.
이번 사건을 노후 원룸 매입과 리모델링, 담보대출, 임차인 모집, 건물 매각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였다.
길 씨는 구미 일대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2021년경부터 2024년까지 노후 원룸 건물 약 60채를 사들였다. 건물을 고친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대출한도를 피하고자 여러 명의 명의수탁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매매대금을 높여 작성한, 이른바 ‘업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담보가치를 부풀리고 과도한 대출을 받은 사실도 재판에서 인정됐다.
공인중개사 김 씨는 길 씨가 매입할 건물을 고르는 데 필요한 투자 분석표를 작성하고 신규 임차인을 모집해 임대차계약을 중개했다. 이후 건물을 인수할, 이른바 ‘갭투자자’를 모집해 매매계약서까지 연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약 5천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수인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기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거래를 마무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의 건물들은 금융기관 담보대출과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실제 건물 가치를 넘거나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건물을 처분하더라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임차인의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 구조였던 셈이다.
매수인 오 씨와 심 씨, 하 씨는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담보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건물을 인수했다. 이들에게는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 외에 뚜렷한 반환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회수 가능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실을 계약하기 전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봤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긴 채 계약을 맺은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인들의 역할이 서로 달랐더라도 하나의 범행 구조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길 씨는 건물에 설정된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책임을 매수인들에게 넘겼고, 김 씨는 건물 매매와 임대차계약 체결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고액의 수수료를 받았다. 매수인들은 충분한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건물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관계를 토대로 피고인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역할을 나눈 공모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하고 사기의 고의도 인정했다.
매수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는 길 씨 측 주장과 자신의 임대차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김 씨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 이번 범행이 실제 매매가격에 버금가는 임대차 보증금과 대출 채무를 발생시켜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는 점도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상당한 재산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었지만,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고인들에게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사정도 형량에 반영됐다.
이어 매도인과 중개인, 매수인이 형식적인 계약관계를 앞세워 서로 책임을 떠넘기더라도 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적은 자기 자본으로 건물을 인수하고 대출과 임차보증금에 의존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위험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범행에 가담한 매도인과 공인중개사, 매수인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전세사기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다만 이번 선고는 1심 판결로, 피고인들이 항소할 경우 상급심에서 법적 판단과 형량이 다시 다뤄질 수 있다.
홍내석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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