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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현 불가능한 '총수 소환령', 구미 정치권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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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현 불가능한 '총수 소환령', 구미 정치권의 무책임한 '보여주기 쇼'를 비판한다

손정우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26/07/03 09:28 수정 2026.07.04 00:11
정치적 구호보다 실질적인 투자 유치 전략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호남 투자 비판보다 후속 투자 유치가 해법, “구미 정치권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반도체 투자 유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전략과 협상력이 좌우한다

 

[경북정치신문 / 서울= 손정우 기자]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발표 이후, 구미 지역 정치권이 연일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구미시장 취임식 축사에서는 "산자위에 가서 이재용 회장도 부르고 최태원 회장도 한번 불러서 왜 구미가 아닌지, 왜 광주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의 자존심과 지역 민심을 대변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이 호기로운 소환령은 과연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 쇼'인가.

여대야소 국회, 총수 소환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호언장담은 여대야소 정국이라는 국회의 냉혹한 현실을 무시한 공수표에 불과하다. 기업 총수를 의원 개인의 판단만으로 국회에 부를 수는 없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의결해야 국정감사나 현안 질의, 청문회에서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 이 의결 과정에는 여야 간사의 합의가 필수적이며, 협의가 결렬되면 결국 표결로 넘어간다.

지금 국민의힘의 의석수로는 여당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증인을 채택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 지역 투자 유치를 반기는 민주당이, 대기업 총수를 불러 ‘왜 호남에 투자했냐’고 따져 묻겠다는 여당의 요구에 동조할 리 만무하다.

계산기만 두드려봐도 답이 나오는 '정치적 불능' 상태임에도, 마치 당장이라도 총수들을 국회로 줄 세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다.

총수를 불러도, 이미 결정된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호통 정치'의 실효성이다. 백번 양보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국회 증언대에 선다고 치자. 이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국가적 정부 정책으로 공식 발표하고 대기업들이 참여를 확정한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기업 총수를 국회로 불러 따지고 괴롭힌다고 해서 이미 결정된 국가 정책과 수백조 원의 투자 물길을 바꿀 수 있는가? 결코 불가능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붙잡고 싸우는 것은 정치력이 아니라 시간 낭비일 뿐이다.

괴롭히는 정치는 구미에 득이 아니라 독이 된다

오히려 대기업 총수를 죄인 취급하며 국회로 불러내 압박하는 방식은 구미에 득이 되기는커녕 독(毒)이 될 뿐이다. 대기업의 투자는 정치적 시혜나 압박에 의해 마지못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이익을 목표로 움직인다. 설령 정치적 압박이 있었다 해도 손해 보는 결정은 하지 않으며, 다른 지역보다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한 이유에 대해 "전력, 용수, 인력 확보 그리고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라고 직접 밝혔다. 결국 기업의 선택 기준은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인프라와 인센티브였다는 뜻이다. 구미가 정말 준비된 지역이라면, 이 발언이 나오기 전에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조건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투자 유치는 결정이 다 난 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다. 애초에 지역 정치권이라면 이런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논의되는 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기업들이 호남이 아닌 영남을 선택하도록 유인할 정책과 제도를 미리 마련해뒀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지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투자가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파악조차 못 했으니 뒤늦게 뒷북을 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즉, 지금의 결과는 결국 지역 정치권의 정보력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며, 이제 와서 기업 총수를 불러 혼내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치력의 부재를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감정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게다가 감정적인 지역감정 싸움은 그 자체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지금 정권을 쥔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호남이다. 구미 정치권이 ‘왜 구미가 아니라 호남이냐’는 식의 지역 대결 구도로 몰아가면, 정작 자극받는 것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호남 민심이다.

그렇게 되면 향후 구미에 배정될 수 있는 추가 투자나 예산조차, 호남권의 반발을 의식한 정권 입장에서는 선뜻 내주기 부담스러운 카드가 될 수 있다. 지금 지역감정을 자극해 봐야 정작 아쉬운 쪽은 구미이지, 이미 투자를 따낸 호남이 아니다.

더 멀리 보면 이 악순환은 구미 한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정권이 바뀌어 영남권에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는 날이 온다면, 지금 구미 정치권이 보여준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호남 정치권도 총수 소환과 지역 대결을 외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투자가 결정될 때마다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무기 삼아 기업을 압박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지역과 얽히는 순간 정치적 분란에 휘말릴 위험부터 계산하게 된다.

결국 지역감정에 취약한 지역 자체를 아예 투자 검토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구미든 호남이든, '정치적 리스크 지역'으로 낙인찍힌 그 지역의 미래 산업 기반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도 이런 소탐대실이 없다.

따질 게 아니라, 실리를 챙겨야 한다

지금 구미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붙잡고 호통칠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 매달리기보다, 철 지난 '호남 대 구미'의 이분법적 지역감정 자극을 접고 호남권 투자에 상응하는 구미만의 실리를 챙기는 고도의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구미는 국방용 AI반도체, 차량용, 전자유리 등 소재·부품 분야에서 국내 최적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대기업을 향해 ‘왜 저기만 주냐’고 따질 게 아니라, ‘우리가 소부장 특화단지로서 이만큼 준비되어 있으니, 호남 반도체 밸류체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속 투자와 인프라 지원을 구미로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다.

호남 투자의 낙수효과를 구미의 소부장 기업들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매칭 투자를 이끌어 내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권의 립서비스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실현 불가능한 '총수 소환'이라는 자극적인 연출로 대중의 환호를 유도하는 구태 정치는 구미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미 시민이 원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 없는 '총수 소환'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을 설득해 실제 투자와 일자리를 가져오는 정치력이다. 정치는 분노를 대신 외쳐주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손정우 기자 gbpolitics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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