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장호 구미시장, 반도체 팹 공장유치 관련 긴급기자회견 |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정부가 호남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제2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북 구미가 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단순한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구미국가산단의 미래, 경북 첨단산업 전략, 대구·경북 정치권의 협상력까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사안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미는 반도체 팹 공장을 유치할 준비가 된 도시“라며 제5국가산업단지 2단계 부지를 반도체 팹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특단의 제안을 내놨다.
핵심은 파격적이다. 반도체 제조시설이 입증할 경우 산업 용지를 평당 1,000원 수준으로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82만 평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약 1조 2천억 원, 1단계 40만 평 기준으로도 약 6천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다.
구미시의 주장은 명확하다. 반도체 팹은 정치적 배려나 선거 전략으로 결정할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력, 용수, 부지, 소부장 생태계, 물류, 인력 양성 기반을 종합적으로 따져 국가 경쟁력에 가장 유리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구미의 강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 반도체 소재, 부품 기업이 집적돼 있다, 반도체 웨이퍼, 기판, 쿼츠웨어 등 전공정과 후공정에 필요한 산업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점은 단기간에 새로 만들 수 없는 구미의 자산이다.
특히 반도체 팹의 핵심 조건인 전력과 용수에서도 구미는 경쟁력을 갖췄다. 경북은 전력 자립도 전국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낙동강 수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용수 공급 여력도 갖추고 있다.
구미국가5산단 2단계와 향후 대구경북신공항 접근성까지 고려하면, 구미는 단순한 지방 산단이 아니라 ‘생산, 소부장, 물류, 전력’을 결합할 수 있는 남부권 반도체 제조 거점 후보지다.
문제는 정치권의 대응이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용수 한계가 지적되면서 비수도권 추가 클러스터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경북의 목소리는 충분히 강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구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사안이 중대 한대도 경북도, 지역 국회의원,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역민들은 답답함을 느끼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팹 유치는 구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미국가산단이 흔들리면 김천, 칠곡, 대구, 포항, 경상까지 이어지는 경북 산업 축 전체가 영향받는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팹 입지를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팹 유치에 실패하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은 이미 구축된 소부장 생태계가 분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팹이 다른 지역으로 들어설 경우, 현재 구미에 집적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 역시 장기적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거나 투자 방향을 변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전자산업 삼성, LG 같은 생태계 유출의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경북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구미를 중심으로 한 ‘경북 반도체 팹 유치 (가칭 공동전략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 경북도, 구미시, 지역 국회의원, 경제단체, 대학, 기업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는 특정 지역 배분이 아닌 산업 경쟁력 기준의 입지 평가를 요구해야 한다
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역 행사에서 축사하는 정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 공동성명,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강도 높은 정책 질의, 반도체 입지 선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 요구,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 특별법 마련, 세제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입법과 예산 투쟁이다.
여야를 떠나 '경북의 산업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지역민과 산업현장 근로자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침묵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지역민들은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구미 반도체 팹 유치에 대한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국회와 경북도가 확보할 예산, 제도 패키지는 무엇인가,을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
지역민의 요구는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정책 검증이어야 한다, 침묵하는 정치인은 책임을 져야 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은 여야를 떠나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구, 경북 홀대론도 이 지점에서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이 특정 권역에 대한 정치적 보상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호남과 충청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이미 산업 생태계와 인프라를 갖춘 경북을 배제한 균형발전은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 균형발전은 지역별 나눠주기가 아니라 국가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동시에 경북 내부의 리더십 부족도 돌아봐야 한다. 중앙정부 탓만으로는 부족하다. 경북이 정말 반도체 팹을 원한다면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경제계가 같은 시간에 같은 메시지로 움직여야 한다. 기업이 보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부지 제공, 전력 인프라, 용수 대책, 인력 양성, 정주 여건, 세제 지원, 규제 완화가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돼야 한다.
구미국가산단은 과거의 영광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전자산업의 중심지였다는 자부심을 넘어 AI 반도체 시대의 생산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부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산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팹이 들어와야 연구개발, 장비, 소재, 부품, 인력, 물류가 함께 움직이는 완결형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번 김장호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단순한 유치 선언이 아니다, 경북 정치권과 지방정부를 향한 경고장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구미국가산단의 미래는 주변부로 밀릴 수 있다, 반도체 전쟁은 속도의 싸움이고, 산업 입지는 한 번 결정되면 수십 년간 지역 운명을 바꾼다.
경북의 리더들은 더 이상 침묵할 시간이 없다. 구미가 준비돼 있다면, 경북은 증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외쳐야 하고, 지방정부는 설계해야 하며, 지역민은 요구해야 한다. 반도체 팹 유치는 구미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경북 미래산업의 생존 문제다.
이관순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홈
뉴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