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가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북정치신문=컬럼/서울 손정우 기자] 최근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광주, 전남권에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국가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 될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지역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힘이었다. 특히 반도체 산업 기반과 국가산단을 갖춘 구미를 비롯한 대구, 경북에서는 “핵심 생산시설 유치 경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의힘은 물론 지역 정치권조차 발표가 임박해서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컸지만, 정치력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 발표 이후 국민의힘은 이번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와 대기업 자본을 이용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조사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많은 지역 주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비판의 수위가 아니다.
왜 사업이 확정되기 전까지 영남권의 입장을 정부에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는가, 왜 국가 전략산업의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발표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지역의 이해를 반영하고 협상하는 과정이다.
지킬 기회는 놓치고, 발표 뒤에야 움직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둘러싼 과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용인과 평택에 이어 국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는 오랜 기간 반도체와 전자산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산업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가프로젝트에서는 핵심 생산시설 유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발표 이후인 지난 6월 29일,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왜 그 이전에는 이런 움직임이 없었느냐”고 묻는다. 발표 이후의 대응보다 발표 이전의 협상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을 단순히 반도체 한 건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앞으로 국가 예산 배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공공기관 이전, 미래산업 투자 등 굵직한 국가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권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부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대응이 반복된다면 영남권은 앞으로도 중요한 국가 산업이 결정된 뒤에야 뒤늦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상황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소수 야당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이라는 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정책을 모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야당의 역할을 단순히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와 협상하고, 지역의 논리를 설득하며,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유권자들은 이제 “야당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 함께 평가한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지역을 지키는 데 있다
정당은 선거 때만 지역을 찾는 조직이 아니다.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예산과 미래를 지켜낼 때 비로소 존재 이유를 인정받는다.
사후 기자회견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결과를 만들어 내는 정치력이다.
이번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영남권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내부 갈등과 계파 문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산업과 국가 전략산업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영남권이 더 이상 국가 핵심 프로젝트에서 뒤늦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역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만큼이나 지역 정치권의 협상력과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투자 유치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지역의 미래를 얼마나 준비하고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시험대였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대구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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