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근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구미갑)이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기업이 대구·경북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
| 국회에서 대구·경북의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AI 시대의 세계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도권에 집중된 생산시설을 전국의 특화 거점과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특히 구미는 반도체 관련 기업 309개사와 풍부한 전력·용수, 국가산업단지를 갖춘 만큼 소재·부품 생산기지를 넘어 차기 반도체 팹까지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 일동은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 토론회를 열고 대구·경북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구·경북 국회의원, 산업통상부, 경상북도, 대구시, 구미시 관계자, 반도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 전문가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구자근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의 개회사와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와 김창완 산업통상부 반도체과 팀장의 주제 발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반도체 산업을 단순한 지역 유치 경쟁이 아닌 국가 공급망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도권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리스에 집중하고 대구·경북은 웨이퍼와 전력반도체, 소재·부품을 맡는 방식으로 지역별 강점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는 제1국가산업단지부터 제5국가산업단지까지 총 3천589만7천㎡에 걸쳐 조성돼 있다. 관련 사업체는 경북 전체 379개사이며 이 가운데 309개사가 구미에 자리 잡고 있다. 종사자는 7천662명에 이른다.
구미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용수와 전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공업용수 사용량은 공급 능력의 23% 수준으로, 77%의 추가 공급 여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의 연간 발전량은 약 8천984만MWh로, 구미의 연간 전력 사용량 약 964만MWh를 크게 웃돈다.
SK실트론과 LG이노텍을 비롯한 주요 기업과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가 이미 모여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기업이 새로 들어올 때 협력업체와 기술 인력을 처음부터 구성해야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구미는 기존 산업 기반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구미를 남부권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지원 방향을 밝혔다.
우선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신규 변전소 2기의 건설을 차질 없이 지원하고, 노후화된 구미대교를 새로 건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구미대교 신축에는 총 809억 원이 필요하며 이 가운데 국비 350억 원을 신청할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의 기술 개발과 제품 검증을 돕는 시설도 확충된다.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와 시험을 지원하는 400억 원 규모의 테스트베드 사업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된다.
이와 함께 396억 원을 투입하는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와 167억 원 규모의 첨단 방위산업용 시스템반도체 실증시설도 구축한다. 시험평가센터는 올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 필요성도 강조됐다. 실리콘카바이드(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GaN)를 활용한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유리기판을 비롯한 첨단 패키징 소재의 제조·실증 기반을 구미에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현권 경북·구미 반도체특화단지 추진단장은 특화단지 지정 이후 구미지역 반도체 관련 누적 투자계획이 7조 2천749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3개 기업이 약 9천232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106개 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도 나왔다. 반도체 소재·부품을 대상으로 한 대형 연구개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국가전략품목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부품 정책을 전담할 가칭 ‘한국반도체소재부품산업진흥원’ 설립도 제안됐다.
| 국회에서 대구·경북의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삼성의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구미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자동화 생산시설만으로는 지역이 기대하는 대규모 일자리와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중규 경북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삼성의 AI·로봇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차기 팹을 구미로 유치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팹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생산공장이다. 팹이 들어서면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소재·장비·정비·물류 등 여러 협력기업이 함께 모여드는 효과가 크다.
이를 위해 차기 반도체 팹 입지를 검토할 때 구미를 정량평가 후보지에 반드시 포함하고, 영남권 메가특구에 ‘반도체 팹 특화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에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반도체 인력의 수도권 유출을 막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대학에서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취업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문화, 세제 지원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는 반도체 설계와 검증, 연구·실증을 맡고 구미는 소재·부품 생산과 시험평가, 제조 기반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도 제시됐다. 이를 로봇과 모빌리티, 방위산업으로 연결하면 대구·경북이 설계부터 생산, 실증과 사업화까지 갖춘 반도체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의 전국화는 단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전략”이라며 수도권 메가클러스터와 전국의 특화단지를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근 경북도당위원장(구미시갑)은 개회사를 통해“오늘 토론회는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대규모 투자 추진으로 빚어진 영남 홀대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오늘 전문가 여러분의 고견을 잘 정리해 기업들이 대구·경북으로 올 수밖에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제시한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사업을 실제 예산과 일정으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차기 반도체 팹 후보지 포함과 전력요금 차등제, 대형 연구개발 사업 추진 여부가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관순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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