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이름을 차명하고 발족하는 단체는 많은 시민들이 바라는 갈망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한다면 그 단체는 특정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사설단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5년 가을, 대한민국 최대의 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구미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되기 시작한 수도권 규제완화가 정점을 찍을 위기 상황이었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인 것이다. 관망할 경우 구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절감한 구미시민들은 그해 11월 17일, 구미 공단에 집결한 가운데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 대회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기대에 힘입어 2006년 12월 7일 창립대회를 갖고 탄생한 것이 구미시 사회단체 연합체인 (사) 구미사랑 시민회의였다.사설단체가 아닌 엄연하게 구미시민의 이름으로 태생한 공익단체였다.
그렇다면 구미사랑시민회의는 시민의 요구에 걸맞게 대응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지난 해 연말 산업통상자원부는 10년간 120조규모를 투자하는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이에따라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 용인, 이천, 광의적 수도권인 충북 청주와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해 온 비수도권 지역인 경북 구미가 유치전에 나섰다.
순수한 SK 유치 범시민운동이 전개되었는가 하면 구미시와 경북도, 구미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구미유치 촉구 결의문 채택을 시작으로 구미유치 열기를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전선 형성에 나섰다.
시민들의 동참열기도 대단했다. 구미시 역사상 단일 현안을 두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동참 속에 진행된 거리 현수막 게시 운동은 세상을 감동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다.
70-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17-18%, 전체 수출 흑자규모의 70-80%를 점유하면서 이 나라를 먹여살린 구미공단의 퇴행상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는 눈물의 흔적이 선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 공장 총량제 즉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의지 여부에 매달려 있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를 위해 구미시민의 이름으로 발족한 구미사랑 시민회의는 그 흔한 성명서 발표는 물론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거리 현수막 게시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시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돼 정식 등록한 사단법인 구미사랑시민회의를 구미시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갈망하는 현안에 대해 가장 앞장서야 할 단체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은 보기조차 싫다.
구미시 역시 이점에 주목하고, 구미사랑 시민회의를 혁명적으로 뜯어고치던지, 아니면 해체하는데 팔을 걷어부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 시민들의 감정 역시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