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다. 식견이 좁거나 편견에 사로잡히면 넓은 세상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독재와 민주라는 능선을 넘나들어 온 대한민국 시대의 진보세력은 어쩌면 불행을 한 몸에 끌어안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숱한 투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의 아니면 부정, 양이 아니면 음이라는 이원론적 사고가 체질화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이뤄낸 또 다른 형태의 희생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저지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원론적 접근법이 개인이었을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를 꾸려나가는 리더의 반열에 오른 경우에는 반드시 이겨내야만 한다. ‘열손가락 물어도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을 만큼’의 만인을 위한 만인의 지도자로서 거듭나야 하는 고행을 거쳐야만 한다.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컬러스터 구미유치운동에 앞장서 온 시민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시위 장소에 모습을 나타낸 장세용 구미시장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맞대응을 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치경쟁이 한창일 당시 경기 용인지역 언론은 ‘구미시는 청와대 국민청원운동은 물론 유치기원 얼음물 세례 릴레이 등 범시민운동에 불이 붙인 상태다.방심은 금물이다’며 구미시민이 주도하고 있는 범시민 운동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할 만큼 구미시민 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어쩌면 구미로선 행복한 비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날 운동단체의 요구가 귀에 거슬렸을망정 장시장은 이를 극복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만 했다.리더는 국가나 지자체가 당면하고 있는 가난이나 불편사항과 싸워야 하지, 국민이나 시민과 싸워서는 안된다.
공권력 역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국민이나 시민 다수가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느낄 정도여야 한다. 그만큼 위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치사는 말해주고 있다.
보수든 진보 리더든지 간에 리더가 되는 순간 모든 국민과 시민은 ‘열손가락 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는’ 지도자의 만인이 되어야 한다.
강물은 지천에서 흘러드는 탁류와 청류를 받아들이는 법이다. 이를 통해 역사가 형성되는 법이 아니던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사실상 경기도 용인지역으로 결정났지만, 구미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앞장서 온 시민들을 장시장은 끌어안아야 한다.
시민의 힘은 위대하다. 더군다나 자발적인 시민의 힘이 강한 추진력,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는 양질의 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위대한 지도자는 시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이를 태무시한 지도자는 불행한 역사를 쓰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거해 보이고 있다.
장시장의 깊은 고민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장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정무라인에 대한 책임도 이 기회에 엄중하게 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