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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성공한 지도자의 도덕적 실패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07/19 17:08 수정 2019.07.19 05:08
지경진(한국U&L연구소장, 전중등학교장)

 성공한 지도자의 도덕적 실패를 밧세바 신드롬(Bathsheba Syndrum)이라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영웅, 제2대 다윗 왕이 부하 장군의 부인 밧세바를 향한 욕정에 빠져 그녀를 임신시킨 후 결국 충성스런 부하를 전선에서 죽게 만든 죄악 스캔들이다. 어린 시절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하나님을 모독하던 적장 골리앗에 분개하여 믿음과 용맹으로 나아갔던 그 순수 청년은 백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오르게 되는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가 권력의 정점에서 부하의 부인을 탐하여 그 남편을 비열하게 죽게 만들고 자신의 아내로 취하는 도덕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신의 선택을 받은 다윗은 수많은 훌륭한 업적이 있었음에도 그 죄로 인하여 평생 자책과 고통에 빠지고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과 전쟁하게 되는 등 뼈져린 역사적 아픔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밧세바 신드롬 현상은 고대 이스라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 우리 한국의 정치사회에 더욱 경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총 12명임에도 현 대통령을 19대라 부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한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장기 집권하였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 헌법과 정치제도를 바꾼 역사적 전과(前科)가 있었다는 뜻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1, 2, 3대, 박정희 대통령은 5, 6, 7, 8, 9대, 전두환 대통령은 11, 12대를 집권한 것이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공산화를 막은 분,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산업 근대화를 성공시킨 분으로서 그 두 분의 공로로 인하여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역사상 유례없는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 치적에 대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점은 두 분 모두 인생의 아름다운 도덕적 마무리를 이루지 못한 점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를 마치고 감옥에 가거나 비운(悲運)의 죽음을 당하지 않고 조용히 자연스러운 생을 마무리하신 분은 14대 김영삼 대통령과 15대 김대중 대통령뿐이었으니, 국민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 국가 원수 또는 행정 수반으로서의 대통령이 재임 시 선택한 대부분의 정치적 결단은 언제나 많은 찬반 논쟁의 분열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결국 역사 속으로 넘겨져 재평가된다. 그러므로 과거에 선택한 정책은 성공과 실패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는 어느 한 쪽 방향의 정책으로 몰아가는 성향을 보여선 아니 된다. 구체적인 정책은 역사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재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특정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도덕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그런 성공한 대통령의 역사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정반합의 격동의 헌정사를 거쳤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 독립국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왔고, 크게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하지만 ‘성공을 이룩한 나라, 그러나 기쁨을 잃은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더풀 코리아!’외치지 않고 ‘헬 조선!’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1950년 6.25 전쟁 때 원조하며 전투병 및 의료병 파병 지원해준 터키, 타이, 필리핀, 콜롬비아보다 현재 우리나라가 훨씬 더 안정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거 정치는 모두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아니라 긍정적인 면이 있으므로 먼저 살펴보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는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번영과 통일을 염원하며, 분열된 국민 의사를 통합하여 국민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 했고, 도덕적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 길을 가지 못하고 도덕적 부패의 길로 가게 된 것은 특정인 개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권력 주변에 있는 한국인들의 책임이요 한국의 정치 문화의 수준이었다. 정치 지도자는 권력에 기생하는 측근 인사의 장막에 기리어 그 초심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이 매우 불행한 말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역사적으로 크게 번영의 길로 달려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7년 전 UN에서 인정하는 강대국의 기준, 20-50 클럽(1인당 GDP 2만불, 인구 5천만명)에 가입하였고, 올해 2019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 클럽(1인당 GDP 3만불, 인구 5천만명)에 당당히 가입한 강대국이 되었다. 우리나라 다음 이 클럽에 가입한 여덟 번 째 국가는 아직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달려 3만불 고지에 올라와 보니, 우리 앞에 있던 나라들은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다. 우리보다 2배 이상의 국민소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요를 자랑하며 성장을 잠시 멈추고 분배에만 전념할 때가 아니다. 다시 심호흡 가다듬고 선진국형 성장 전략을 세우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선진국 형 성장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 모든 지도자들의 도덕적 부패를 막고 청렴도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 임명직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국가의 청렴도를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수 있다.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교훈인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내로남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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