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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미 라면과 김천 김밥의 '분식 동맹', "큰 통합이 막혔다면 작은 품앗이부터"

이세연 기자 입력 2026/07/16 08:36 수정 2026.07.16 14:39
나란히 크는 두 도시의 분식 축제

2024년 구미라면 축제 현장

 

[경북정치신문=서울/ 손정우 기자] 구미 라면축제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축제가 도시의 이름을 알렸고, '라면도시 구미'라는 브랜드는 결국 오뚜기라면의 2,000억 원 투자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제 구미는 라면을 만드는 도시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K-라면의 성지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걸음도 분명하다. 구미의 라면과 김천의 김밥이 손을 맞잡는 순간,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분식 관광의 중심지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여기에 구미는 오뚜기라면 구미공장에서만 생산·판매하는 ‘구미 대표 라면’을 개발해 라면축제의 공식 상품으로 키워야 한다. 구미의 맛과 지역 농특산물을 담은 전용 라면이 만들어진다면 축제의 상징은 물론, 관광객이 찾는 대표 기념품이자 ‘라면도시 구미’를 알리는 핵심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구미시에서는 매년 늦가을 전국의 면(麵)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라면축제’를 개최한다. 지금 구미시는 올해 축제장에 입점할 솜씨 좋은 음식점들을 한창 모집하는 중이다. 이 축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6~2027 문화관광축제 예비축제’로 선정되며 국가급 축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주목할 점은 이웃 동네인 김천시의 ‘김밥축제’ 역시 매년 비슷한 시기, 10월 하순에 개최되며 인구 13만의 도시에 15만 명이 몰릴 만큼 대한민국 분식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에게 라면과 김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혼의 단짝이다. 그렇다면 매년 가을, 지리적으로 바로 맞닿아 있는 두 도시가 각각 라면과 김밥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소울 푸드로 축제를 연다면, 우리가 기대해야 할 그림은 명확하다. 바로 두 축제의 ‘윈-윈(Win-Win) 콜라보레이션’이다.

‘한정판 품앗이 팝업스토어’라는 해법

필자는 두 지자체에 행정적 갈등이나 예산 귀속의 복잡한 문제 없이 당장 올가을부터 실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으로 ‘한정판 상호 품앗이 팝업스토어’를 제안한다.

시작은 먼저 열리는 김천 김밥축제다. 김천 축제장 한편에 구미 라면축제의 시그니처 라면을 맛볼 수 있는 ‘구미 라면 웰컴 팝업존’을 설치하는 것이다. 물론 물량은 ‘하루 선착순 한정 수량’ 방식으로 제약을 둔다.

이 한정 수량은 두 갈래의 손님을 동시에 구미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낸다.

김천에서 감칠맛 나는 구미 라면 국물을 운 좋게 맛본 관광객들은 “몇 주 뒤에 열리는 구미 라면축제에 가서 제대로 본격적으로 먹어봐야겠다”며 여운을 안고 돌아간다. 반대로 물량 소진으로 아예 맛도 못 본 이들은 “그 유명하다는 구미 라면, 이번엔 놓쳤으니 다음 달엔 꼭 가서 먹어봐야겠다”는 아쉬움을 품는다.

맛본 사람은 재방문 욕구로, 못 맛본 사람은 미련으로, 결국 두 부류 모두 구미 라면축제행 티켓을 예약하는 셈이다.

낙수 효과는 고스란히 뒤이어 열리는 구미 라면축제로 이어진다. 구미 축제장에도 마찬가지로 ‘김천 김밥 웰컴 팝업존’을 한정 수량으로 운영하면, 김천 김밥축제에 가고 싶었지만 일정이 안 맞아 아예 놓쳤던 이들에게는 김천까지 가지 않고도 그 화제의 김밥을 처음 맛볼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열린다.

또한 김천 현장에서 긴 줄 끝에 매진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들에게는, 구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되어준다. 김천에서 이미 맛본 이들이든, 끝내 못 먹고 돌아섰던 이들이든 모두 구미 라면축제장으로 향할 이유를 하나씩 품게 되는 셈이다.

구미 라면축제 입장에서는 확실한 흥행 카드를 쥐는 셈이고, 김천 입장에서는 축제가 끝난 후에도 브랜드 파워를 이웃 도시에서 계속해서 과시하는 효과를 누린다.


2024년 세계에서 가장 긴 구미라면 레스토랑 축제 현장

‘한정 수량’이 만드는 희소성과 상생

여기서 핵심은 바로 ‘한정 수량’이라는 제약의 묘미다. 이 제약은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희소성 마케팅(FOMO)을 낳으면서도, 동시에 ‘이번엔 놓쳤으니 다음엔 꼭’이라는 재방문 욕구까지 함께 만들어내는 이중 장치다.

축제 초기부터 엄청난 인파를 몰려들게 만드는 기폭제이자, 인근 골목상권과 축제에 참여한 현지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타 지역의 메뉴가 무제한으로 풀린다면 축제에 참여한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겠지만, 판매량을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상권 침해 우려가 없다.

오히려 이는 전체 상권을 살리는 유인책이 된다. 오픈런에 실패해 한정판 팝업 메뉴를 아쉽게 놓친 방문객이라 할지라도, 이미 축제장까지 온 걸음을 돌리지는 않는다. 이들은 결국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 축제장에 입점한 지역 자영업자들의 이색 라면·김밥과 사이드 메뉴를 구매하게 된다.

한정판 팝업스토어가 거대한 ‘집객(集客) 앵커’ 역할을 하며 주변 상권으로 소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못다 먹은 손님을 다음 축제로 다시 불러들이는 ‘예약된 재방문’ 효과까지 만들어내는 셈이다.

공식 연계는 좌초, 그래서 더 필요한 대안

구미와 김천의 이 ‘분식 동맹’이 성공적인 선례를 남긴다면, 그 다음 시선은 자연스럽게 인근 메가시티로 향하게 된다. 바로 지난해 33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파를 끌어모으며 세계축제협회 피너클 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베스트 상품 및 서비스상’까지 거머쥔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이다.

실제로 세 도시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대만 관광객을 겨냥해 세 축제를 잇는 ‘2박3일 팸투어’ 상품을 제안하며 대구 북구청·김천시·구미시가 실무 논의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축제 일정 조율에서 좌초됐다.

대구는 대구FC 홈경기 일정에 묶인 경기장 대관 때문에, 구미는 라면이라는 음식 특성상 무더위를 피해야 하는 11월 초 일정과 도로 통제 계획이 이미 확정돼 있다는 이유로, 김천은 숙박 인프라가 부족해 정작 2차 소비는 대구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로 각각 물러섰다. 결국 북구청은 김천·구미를 제외한 채 단독으로 팸투어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이 지점이 ‘한정판 품앗이 팝업스토어’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공식 연계가 무산된 이유는 ‘축제 일정을 억지로 맞추려 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필자의 제안은 애초에 일정 변경이 필요 없다. 구미는 11월 초 일정을, 김천은 10월 하순 일정을, 대구는 K리그 홈경기 일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각자의 축제장에 상대 도시의 한정판 메뉴를 파는 작은 텐트 하나만 내어주면 된다.

도로 통제 계획을 바꿀 필요도, 예산 편성 체계를 새로 짤 필요도 없다. 실제로 후속 보도에서는 세 지자체가 동시 개최 대신 ‘릴레이 축제’ 형태의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이는 필자가 제안한 순차적 품앗이 방식과 사실상 같은 방향이다.

구미의 라면, 김천의 김밥에 대구의 떡볶이까지 가세하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김·라·떡’ 분식의 위대한 삼각편대가 완성된다.

대구의 매운 떡볶이 소스에 김천 김밥을 찍어 먹고 구미 라면 국물로 마무리하는 완벽한 분식 풀코스가 세 도시의 축제장을 순회하며 팝업 형태로 구현되는 그림이다. 세 축제의 최근 방문객만 합쳐도 가을철 이 일대로 움직이는 분식 인구는 이미 6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지금 구미시가 음식점을 모집하고 있는 바로 이 타이밍이 지자체 간 실무적 접촉을 시작할 최적의 골든타임이다. 거창하게 축제를 통합하자거나 일정을 조정하자는 무거운 제안이 아니다.

정작 무산된 것은 ‘일정을 맞추는 큰 그림’이었을 뿐, 서로의 축제장에 자리 일부를 내어주고 가장 자신 있는 한정판 메뉴를 교환 학생 보내듯 파견하는 작은 실행안까지 무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식 연계가 좌초된 지금이야말로, 행정적 부담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가벼운 대안의 가치가 더욱 도드라지는 시점이다.

올가을, 구미에서 끓인 얼큰한 라면 국물에 김천의 명품 김밥을 찍어 먹고, 대구의 매콤한 떡볶이 소스까지 곁들이는 이색적인 삼색 풍경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큰 틀의 통합이 막힌 자리를, 작지만 확실한 품앗이가 채워나가는 날, 대구·경북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글로벌 K-푸드 분식의 성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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