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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면 산업, '생산기지'를 넘어 '부가가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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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면 산업, '생산기지'를 넘어 '부가가치 허브'로

이세연 기자 입력 2026/07/20 10:23 수정 2026.07.20 10:23

 

구미 오뚜기라면 공장 전경

 

[경북정치신문=서울/손정우 기자] 오뚜기라면이 구미시·경상북도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미2국가산업단지 내에 해외 수출 전용 라면 공장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립되며 12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번 투자로 국내 대표 라면 브랜드인 농심의 신라면과 오뚜기의 진라면이 모두 구미에 생산 기반을 두게 되면서, '라면의 성지'라는 구미의 상징성도 한층 강화됐다.

왜 지금 라면 산업인가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K-라면의 폭발적인 글로벌 수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9% 늘어,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1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0억 달러 벽을 돌파했다.

오뚜기는 이 수요에 대응할 해외 수출 전진기지로 구미를 낙점했다. 협약에는 공장 신설뿐 아니라 스마트 제조 확산, 수출 제조혁신, 제조데이터 표준화 등 푸드테크 협력도 함께 담겼다.

생산기지 두 개, 그다음이 중요하다

구미가 농심에 이어 오뚜기까지 확보하며 '2대 라면 브랜드 생산도시'가 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이 성과를 온전히 지역의 몫으로 만들려면, 생산 라인을 유치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앞서 반도체와 로봇 산업에서도 짚었던 것과 같은 원칙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공장을 유치하는 것과, 그 공장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지역이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미 시작된 다음 단계: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그런데 이 다음 단계가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제1차 푸드테크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지역 주도의 산업기반 구축, 스마트공장 확산, 제조 AX(AI 전환), 전문인력 양성,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전국에 선정된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6~7곳 가운데 경북이 포항(식품로봇), 의성(세포배양식품), 구미(스마트제조) 3곳을 모두 확보하며 핵심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구미 스마트제조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는 선산읍 이문리 일원에 국비 125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282억 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조성된다. 식품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공정을 생산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 전에 AI 기반 공정 설계, 실증생산, 검사·분석, 품질 검증을 단계별로 수행하는 테스트베드다.

이 가운데 공정설계 시뮬레이션과 시생산 실증은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품질·안전관리 기술지원은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가 맡는다. 예정지 주변에는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 농산물 가공기술센터,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등 식품산업 인프라가 이미 집적돼 있어, 연구개발부터 가공·유통까지 전 주기를 연계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여기서 핵심은 이 센터가 구미의 50년 전자산업 기반과 결합 된다는 점이다. 반도체·전자 공정에서 다뤄온 스마트 제조 노하우를 식품 제조에 그대로 이식하는 구조로, 오뚜기라면 구미공장이 이 구상의 앵커기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뚜기 구미공장에는 AI 기반 첨단 설비와 데이터 공정관리 시스템, 고효율·태양광 설비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양성도 병행된다. 경북대 푸드테크 계약학과, 경운대·구미대의 RISE 사업과 연계해 재직자·재학생 대상 AI 스마트제조 전문인력과 식품 현장형 실무인력을 함께 키운다.

축제와 산업이 함께 만드는 선순환

이 흐름은 축제 쪽 성과와도 맞물린다. 경상북도 지역축제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구미 라면축제와 김천 김밥축제를 2026~2027년 경북 최우수 축제로 나란히 선정했다.

산업이 축제를 만들고, 축제가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가 투자와 연구시설을 끌어오고, 그 인프라가 다시 산업 경쟁력으로 돌아오는 순환 고리가 문서상의 구상이 아니라 실제 예산과 착공 일정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구미가 다음으로 챙겨야 할 것

방향은 이미 잘 잡혀 있다. 다만 이 흐름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몇 가지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센터가 2028년 준공되기 전까지 오뚜기·농심 외에 이 테스트베드를 실제로 활용할 중소 식품기업 수요를 지금부터 발굴해야 한다. 시설만 지어놓고 이용률이 낮으면 예산만 소진하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 원료·소스·포장재 협력업체를 구미 안으로 유치하는 소부장 공급망 전략을 이 센터와 연계해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2030년 K-푸드 수출 150억 달러라는 정부 목표에 맞춰, 구미가 확보한 테스트베드 인증을 받은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신뢰의 표식으로 통용되도록 인증 체계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북도는 포항의 국제위생안전인증(NSF) 기능을 구미의 스마트 제조 기술과 연계해 해외 진출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구상이 실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도록 구미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근 미국 CNN이 구미의 농심공장과 구미라면축제를 소개하며 "K-라면이 글로벌 식문화 콘텐츠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구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오뚜기가 이번 투자로 '지역투자 활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도 좋은 신호다.

생산기지, 연구시설, 축제 브랜드까지 세 박자가 이미 갖춰진 지금, 구미는 단순한 라면 생산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식품 제조혁신을 이끄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마쳤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오뚜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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