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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회라는 나쁜 거울: 여의도의 '행태'를 고스란히 베끼는 지방의회

이세연 기자 입력 2026/07/15 10:21 수정 2026.07.15 10:30

구미금오산 할딱고개에서 야간에 바라본 구미시 야경, 구미공단이 어둡게만 보인다.

 

[경북정치신문=서울/ 손정우 기자] 국회의 정치가 고장 나면 그 파편은 어디로 튀는가. 오늘날 대한민국 지방자치 현장을 보면 그 답이 명확히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여대야소 정국의 대치, 일방적인 원구성, 힘의 논리에 의존한 독단적 국회 운영 행태가 전국 각 시·도의회에서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중앙 정치의 고질병인 ‘협치 실종’이 지역 주민의 삶과 밀접한 지방의회마저 무섭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촘촘히 담아내기 위해 중앙 정치와는 다른 유연함과 타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의회들의 모습은 ‘미니 여의도’에 불과하다.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은 원구성 횡포를 부리고, 소수 정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는 상대를 대화의 파트너가 아닌 궤멸해야 할 적이자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는,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의도의 오만함을 지방의회 역시 고스란히 복제해 ‘힘의 논리’만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당의 위치와 지역 권력 구조에 따라 180도 바뀌는 말과 행동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시정을 이끄는 구미시의 경우, 의회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지금의 국회 상황을 그대로 빗댄 다수당의 논리를 편다.

25석 중 18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구미시의원들은 최근 원구성에서 의장·부의장은 물론 4개 상임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했다. ‘시민들이 우리에게 다수 의석을 준 것은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지역 정치를 이끌라는 뜻’이라는 논리로 소수파와의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의회를 운영하는 등 거대 여당식 폭주를 정당화한다.

반대로 국회에서는 압도적 숫자로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정작 구미에서는 7석의 소수로 전락하자, 중앙의 국민의힘이 늘 주장하던 ‘일방적인 독식이자 협치 파괴’라는 논리를 앵무새처럼 펼치며 저항하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 모습을 빼닮은 울산시의회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시정을 이끄는 울산시의 모습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이곳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과거 윤석열 정권 시절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 모습처럼 울산시장의 취임식날부터 날 선 비판과 압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2석 중 15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전원은 취임식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상욱 시장을 향해 “경제 살리기에 손을 놓고 있다”며 직격했고, 같은 날 취임식 기념 촬영마저 전원 보이콧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는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이미 탄핵과 특검을 입에 올리며 흔들어대던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행태를 고스란히 복제한 꼴이다.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시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과거 국민의힘이 소수 여당인 시절의 정부처럼 전형적인 징징거리기식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울산시장이 여소야대일 때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 경험해 본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 소속일 때는 폭주하다가, 소수가 되었을 때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 기묘한 역할극은 지역 주민 눈에는 그저 헛웃음만 나오는 정쟁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의석수가 많은 지방의회는 여의도의 여당의 행태를,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논리를 펴는 이 기상천외한 상황은 결국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나 ‘정치적 명분’이 소신이 아닌, 오직 의석수가 주는 권력의 단맛에 따른 ‘내로남불’에 불과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중앙의 나쁜 정치를 지역에서 그대로 대리전으로 치르고 있는 셈이다.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왜곡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충분한 토론과 소수의견 수렴, 그리고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을 거친 후 도저히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오직 의석수라는 숫자만 앞세워 소수파를 배제하고 압박하는 '다수당의 횡포'의 수단으로 다수결을 오용하고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국회 운영 행태가 낳은 폐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지역 갈등의 고착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진영 대립 구조 속에서 지역 내 이견은 철저히 묵살되며, 이는 곧 주민 간의 반목으로 이어진다.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를 논해야 할 지방의회가 중앙 정치의 논리에 오염되면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앙 정치가 흙탕물이면 지방 정치라도 맑아야

지금 시·도의원들이 망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들이 부여받은 권력은 여의도 지도부의 정쟁 논리를 복제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돌보라고 맡겨진 것이다.

지방의회마저 협치를 팽개치고 오만과 독선에 빠진다면, 주민들은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지방의회는 국회라는 나쁜 거울을 깨뜨려야 한다.

숫자의 힘 뒤에 숨어 중앙 정치를 흉내 내지 말고, 소통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진짜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여의도의 정치가 망가졌다고 해서, 우리 동네 정치까지 망가질 수는 없지 않은가.

손정우 기자 gbpolitics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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