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김천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차 김천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임인배 국회의원, 박보생 시장, 추병직 장관, 김관용 지사가 보인다.

ⓒ 경북정치신문

운명 걸렸던 2천 대 초․ 중반을 돌아본다 
‘KTX 구미역 정차, 조만간 성과’에 불신 만연
‘안주한 리더들,시민 가슴에 악몽으로 남을 것’

최근 구미의 시민단체인 구미회는 구미와 김천이 상호윈윈 관계인 만큼 제한적인 KTX 구미역 정차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천 남면에 소재한 KTX 역의 이용률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김천상공회의소에서 비롯된 KTX 구미역 정차 반대 움직임은 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월 혁신도시를 방문한 국토부 장관에게 김충섭 시장이 공식적으로 KTX 구미역 정차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의까지 하기에 이른 위급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김천시의 협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대다수 구미시민은 김천이 부럽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꺼낸다. 그 만한 이유가 있다.

혁신도시와 KTX 역이 있는데다 시 직영으로 조성한 116만㎡ 규모의 김천 일반 산단 1-2단계는 양호한 접근성과 저가의 분양가에 힘입어 이미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 11월에는 3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2021년까지 1천841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이런데도 김천의 채무는 0%이다. 반면 2006년 김천전국체전보다 14년 늦게 개최하는 전국체전을 위해 구미는 2019년에 240억여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2019년 본 예산 기준 1조 원을 넘어선 김천은 1조2천억 규모의 구미를 바싹 추격해 오고 있다.14만 인구의 김천이 3배나 인구가 많은 43만 구미와 경쟁을 벌이는 관계로 위상이 격상된 것이다.

그러나 김천이 부럽다며,현실을 인정하는 구미시민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그 이유가 뭘까.

▷안주보다 ‘우물파기 나선 김천 리더들’

김천시는 1949년 8월 15일 경북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시와 함께 시로 승격된 유서깊은 도시였다.
시 승격 당시 금릉 군을 포함한 김천시의 인구는 19만 명에 육박했고,1960년대로 들어서면서 20만 명 시대를 개막했다. 1965년 당시 도내 최대 인구를 자랑하던 26만 5천 명의 상주시와 자웅을 겨를 정도도 막강전기를 자랑할 당시, 지금의 구미시는 구미 면에 불과했다.

하지만 1969년부터 비롯된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1973년 마무리되면서 구미는 상전벽해 했고, 김천은 십만에 가까운 인구를 구미에 내주면서 10만 명 중 초반대로 주저앉아야 했다.그러나 구미의 영화는 오래가지 않았고, 김천의 위축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1995년으로 접어들면서 구미공단에 한파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OB맥주 공장의 광주 이전은 구미로선 큰 충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인허가를 받은 4공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박세직 의원의 정치력 발휘가 진가를 발휘했다.자민련에 입당해 4공단 조성에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했던 박 의원은 1996년 대구에 내려와 있던 김대중 대통령을 구미 4공단 착공식에 참석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4공단 착공식 당일 김대중 대통령은 대구 행사를 마치고 귀경할 예정이었다.그러나 박 의원은 대통령 비서진들의 만류에도, 김종필 총재라는 핫라인을 활용, 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4공단 착공식 참석이라는 역사를 쓰게 했다. 이후 4공단 조성은 탄력을 받았다.
구미의 위기 징조가 감지되던 무렵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박 의원의 보인 노력은 사실상 구미 리더들이 보여 준 마지막 감동의 드라마였다.

2000년 4월 총선을 거치면서 구미정치의 거목 박세직, 김윤환 의원은 정계를 떠났고, 1명의 의원을 선출하던 당시 구미는 김성조 의원을 선택했다.

김성조 국회의원, 김관용 시장 양두체제로 구미가 운영되던 2000년대 초반은 구미의 미래의 사활이 걸린 시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미 리더들은 위기 속에서도 안주했고, 박팔용 시장, 임인배 국회의원을 쌍두마차로 한 김천의 리더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 당시 구미와 김천의 미래와 관련된 국가 프로젝트는 KTX 중간 역사 건설지와 경북 혁신도시 소재지 선정, 영남물류센터 및 전국체전 유치 등이었다.

리더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열정을 바쳤는지에 대한 결과물을 속속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KTX 중간역 설치였다.구미는 북삼과 아포지역을 선호했다, 하지만 2003년 정부발표 결과 중간역은 김천시 남면으로 결정됐다.훗날 구미시의회는 현수막 하나 내걸지 않을 만큼 시나 정치권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어진 프로젝트는 경북혁신도시 선정 결과였다. 경북에서는 구미(부곡동 일원)와 김천, 상주, 안동 등 20개 시군이 신청했다. 특히 2005년 12월 13일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상주ㆍ안동 등 11개 시ㆍ군으로 구성된 북부지역혁신협의회 위원들은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집회를 가졌다. 김천시 혁신도시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상경집회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시 구미는 역시 형식적이고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뿐이 아니었다.2006년 전국체전을 위한 2003년 유치응모에는 구미와 김천, 경기도 등이 참여했으나 구미는 중도에 포기했다. 결국, 2006년 김천에서 전국체전이 성공리에 열렸고, 14년이 흐른 2020년 구미는 지방채를 발행해 전국체전을 유치하는 후발주자가 됐다.

게다가 공단도시인 구미로서 수출업체들의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기 위해서는 국비로 건설되는 물류센터 유치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 초 구미는 영남물류센터를 칠곡에 넘기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0년 초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물류비 절감을 위해 최단의 인접지에 있는 칠곡 약목의 철도CY를 이용해 온 구미공단 업체들은 CY가 폐쇄되면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상공인들이 상경해 1인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 2010년 KTX김천 구미역 준공식에 참석해 나란히 선 (왼쪽부터)박팔용 전 김천시장, 남유진 구미시장, 박보생 김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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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구미의 위기, 결국은 수도권 규제 완화

머지않아 구미공단이 침체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오는 가운데도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구미는 2005년 10월 노무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이라는 청천벽력과 맞닥뜨려야 했다.

소읽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했다. 그해 11월 17일에는 정부와 여당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에 반발한 구미시민이 공단운동장에 집결, 대규모 궐기 대회를 했었다.
그러나 4일 후인 2005년 11월 21일 사단이 발생했다. 가산- 도게 국도 개설공사 개통식에 참석한 추병직 당시 건교장관은 김관용 시장을 앞에다 놓고, 수도권 규제 완화 철회 궐기 대회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수도권으로 공장 가지 말라고 외쳐봐도 소용없다. 그 이전에 혁신역량을 키워야 하고, 각종 인프라가 마련되었어야 한다. 일류대를 나온 인재들이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지방으로 오겠느냐, 교육,문화 시설 등 주변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차기 시장은 이러한 여건들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날 김 시장은 경운대에 마련된 오찬장도 불참할 만큼 기분이 많이 상해 있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시민 감정이 시장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질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 도지사 출마를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던 김 지사에게 추 장관의 발언은 자칫 핵폭탄이 될 수도 있었다.

▷리더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운명 좌우

내륙공단인 구미는 KTX 유치를 통한 접근성 강화 해결이 급선무였다. 수출업체들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물류센터 유치도 사활을 걸어야 할 현안이었다.혁신도시 역시 구미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 박팔용 김천시장은 KTX 김천역 건설과 혁신도시 김천 유치를 위해 서울네 살다시피 했다.
반면 의회에서조차 ‘현수막 하나 내걸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당시 리더들은 KTX 김천역 건설 준공이 임박한 2009년에 이르러서야 KTX 김천역 명을, KTX 김천 구미역으로 변경해 달라며, 관련 부처와 김천시에 읍소하다시피 했다.
결국 KTX 김천구미역으로 역명이 바뀌었지만, 구미는 17억 원이라는 시민의 혈세를 KTX 김천역 진입로 개설 사업비로 내놓아야 했다.

지금도 구미는 KTX 구미역 정차를 위한 고단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천이 반대 관점을 공론화하자, 구미 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상생 관계를 내세워 김천시에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김천이 부럽다’는 구미시민들,침통한 표정 멀리에 구미 리더들의 화상이 진하게 살아남아 있다.
140억 원대의 채무를 안고 출범한 원예공사가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쇄 결정을 내릴 당시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표현을 회의록에 남겼다.
“한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상처로 남는지를 보여준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