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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팀 성인 선수 인권 실태, 학생선수 보다 훨씬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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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팀 성인 선수 인권 실태, 학생선수 보다 훨씬 심각

권춘기 기자 입력 2019/12/01 14:21 수정 2019.12.01 14:21
인권위, 실업팀 성인 선수 1,251명 인권실태 조사 결과 발표

[경북정치신문=권춘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은 2019년 11월 21일 광화문 S 타워에서 ‘실업팀 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 및 인권 보호 방안 원탁토론회’를 개최하고 실업팀 선수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15일간,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 자치단체와 40여 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 56개 종목 4천 69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선수에 한해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다.
총 1천 251명(남 635명, 여 616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30.7%였다. 인권위는 모바일 설문조사 시 개방형 질문을 통해 얻은 138명의 자유 의견과 실업팀 선수 28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 (성) 폭력 실태, 성인 선수들이 학생선수보다 심각, 여성 선수 보호 시급

인권위가 지난 11월 7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5만 7,557명) 결과 언어폭력 15.7%, 신체폭력 14.7%, 성폭력 3.8%인데 반해 실업팀 성인 선수 실태조사(1천 251명)에서는 언어폭력 33.9%(424명), 신체폭력 15.3%(192명), 성폭력 경험 11.4%(143명), (성) 폭력 목격 경험 56.2%(704명) 등으로 나타나 성인 선수들이 학생 선수들에 비해 인권침해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의 경우 여성 선수 37.3%, 남성 선수 30.5%로 여성 선수들의 피해가 높았고,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나 선배선수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 발생 장소는 훈련장 또는 경기장이 88.7%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숙소 47.6%, 회식 자리 17.2% 등으로 나타났다.

▪사례

"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거예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제 인생동안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 쌍욕은 아니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어요. 물건을 저희한테 던지지는 않아요. 자기 밑으로 바닥으로만 던져요(20대 후반).”

“어디 애들은 인성이 좋은데 어디 나온 애들은 정신이 쓰레기네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세요. 서로 대화가 되고, 선수를 존중을 해줘야 선수도 그만큼 따라주게 되는데요. 선수를 그냥 쓰고 버리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데려왔는데 실적을 못 내면 자르면 그만이지. 이런 식이예요.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고, 선수에 대한 배려도 없고, 지도자들도 선수들한테는 존칭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말로 선수한테 엄청 수치심을 줘요. “야, 너 일로와. 이 새끼”, “이년아”, “글러빠진 새끼야” 이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20대 중반).”

◇성인임에도 거의 매일 맞는 경우 8.2%로 신체폭력 피해 심각

신체폭력을 경험한 실업 선수는 26.1%로 ‘머리 박기, 엎드려 뻗치기 등 체벌’ 8.5%, ‘계획에 없는 과도한 훈련’ 7.1%,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5.3%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경험 주기는 ‘일 년에 1~2회’ 45.6%, ‘한 달에 1~2회’ 29.1%, ‘일주일에 1~2회’ 17.0%, ‘거의 매일’ 8.2% 순이고, 폭력 장소는 훈련장(73.1%), 합숙소 또는 기숙사(44.5%)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남성 선수는 선배운동 선수가 58.8%, 여성 선수는 코치가 47.5%로 나타나 성별로 차이를 보였다.

신체폭력 피해 선수 중 67.0%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고, 38.5%는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갔다고 했으며, 33.0% 역시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등 대다수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싫다고 분명히 말하고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 대처는 6.6% 밖에 없었다.

◇ 혹사로 인한 우울증, 자살 시도도 나타나

면접 조사에 참여한 실업 선수들은 잦은 시합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이 힘들고,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지도자에게 호소해도 무시당하고 무조건 시합에 참여해야만 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부상 및 재활치료비를 선수가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라 은퇴 이후 부상치료비가 더 걱정된다고 언급한 경우도 있었다.

▪사례

“잦은 시합에서 성적을 내려면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아지죠. 그러면 선수들은 오버 트레이닝 계속되니까 컨디션 조절이 힘들죠. 굉장히 많이 다쳤어요, 마지막 주자 역할을 맡다 보니까. 저로 인해 경기가 지냐 이기냐가 되니까요. 시합 연달아 두 번 뛰면, 첫 대회에서 허벅지 찢어져요. 그럼 압박붕대 끼고 와서 뛰는 거예요. 책임감 때문에. 스무 살 때부터 그렇게 하니까 몸이 만신창이가 된 거죠(30대 후반).”

“저 같은 선수들 꽤 있어요. 대부분 선수가 자기가 우울증인 걸 몰라요. 그냥 내 정신력이 약하다. 이겨내야지. 극복해야지. 이렇게 되곤 해요. 저도 우울증인 거 몰랐는데요. 심리상담을 하면서 제가 우울증인걸 알았거든요. 전 소속팀에서 자살 시도를 해서 나왔어요. ......<중략>...... 최근 감독과의 갈등 이후 2번째 자살시도를 했어요. 1년 치 수면제를 받아서 다 복용했어요. 3일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나서 여기 오게 된 거에요. (20대 후반).”

“감독님에게 아프다고 말하면요. 감독은 오히려 화를 내며 그런 말을 무시해버려요. 네가 뭘 아파 그냥 해. 아파도 뛰어야 한다. 라고 해요. 부상인데도 경기를 뛰게 하고요. 대회 때 아파도 말 자체도 못 하고 그냥 해요. 그렇게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무조건하다 보니 선수 생활도 짧아지죠. (20대 중반).”

◇ 실업 선수 성폭력 피해 경험은 143명(11.4%), 직장 내 성희롱 심각

실업 선수가 직접 경험한 성희롱·성폭력 유형을 살펴보면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손, 볼, 어깨, 허벅지, 엉덩이)’을 경험한 선수는 1,251명 중 66명(5.3%)으로 나타났으며, 남성 선수(2.2%) 보다는 여성 선수(8.4%)들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많이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 선수들은 직장운동부에서 월급을 받으며 운동하는 직장인으로 이들이 당한 피해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성폭력 피해 세부 유형으로는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팔베개,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 4.1%(남 1.4%, 여 2.7%), ‘신체의 크기나 모양, 몸매 등에 대한 성적 농담 행위’ 6.8%(여 5.2%, 남 1.6%), ‘강제 키스, 포옹, 애무’는 여성 선수 11명, 남성 선수 2명의 피해가 확인됐다.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 촬영’ 피해 경험자는 여성선수 11명, 남성 선수 2명으로 응답했으며 성폭행(강간)피해는 여성 선수 2명,남성 선수 1명으로 드러났다.

▪사례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서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가 난 거예요.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고, 왜 와서 선생님한테 가슴 대 가슴으로 못 안기냐고 그랬어요.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거라고. 어떤 지도자분들은 고등학생 여자 선수였는데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술 안 마셨는데도 그런 행동하기도 하고요. 그게 범법행위고 여자 선수들한테 인권 침해사항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남자 선배가 술 마실 때 불러서 옆에서 술 따르라고 하고, 먹으라고 하고. 전지훈련 내내 거기 있던 오빠들이 여자는 어떻다. 이래야 된다. (30대 후반).”

“유니폼을 입으면 헐렁하지 않고 타이트하게 붙으니까요. 몸이 드러난다는 게 다반사거든요. 성적으로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여자가 좀 조심하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예방이 제일 중요한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뭔가 제도를 만들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30대 중반).”

“(도)시청 분들이......<중략>...... 맨날 술자리에 끌고 나가요. 시합이 일주일 남았는데, 감독님 누구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고, 회식 자리에 선수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고요. 7일 중의 7일을 술을 마신 선수도 있었어요. 전 술자리가 저녁에 시작되면 다음 날까지 마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강압적으로 여자선수들한테 감독님 지인분들을 소개해줘요. 계속 연락하라고 하고(30대 초).”

한편, 토론회에서 정책개선 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허정훈 교수(중앙대 스포츠과학부)는 ▲직장 운동선수 인권 교육과 정기적 인권실태조사 실시 ▲가해자 징계 강화와 징계 정보시스템 구축 ▲직장운동부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합숙소 선택권 보장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공공기관 내부 규정(지침) 및 지자체 직장운동부 관련 조례 제·개정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이번 원탁 토론회에서 논의된 의견과 제시된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부처, 대한체육회 등에 실업팀 직장 운동선수의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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