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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신년 화두> 패자의 아픔도 승자의 기쁨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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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화두> 패자의 아픔도 승자의 기쁨도 순간이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19/08/02 15:28 수정 2019.08.02 16:28



[경북정치신문= 발행인 김경홍] 달리는 차량에 실린 드럼통의 물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차량이 멈추어야 드럼통의 물도 멈추는 법이다. 하지만 출렁거림이 없는 드럼통의 물은 썩기 마련이다. 생명의 이치다.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법이요, 움직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증표다.

삶은 순간이다. 패자의 아픔도 승자의 기쁨도 순간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서로 부대껴야 한다. 파열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야 할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연말이 시끄럽다. 국회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법안을 놓고 서로가 ‘죽이느니 살리느니’ 난리다. 파열음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부릅뜬 눈빛들을 보면 철천지원수들 같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는 형국이다.

민생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에서도 체육회장, 새마을 금고 이사장 등의 선거전이 전개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향해 달리는 후보군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심하다. 눈을 감으면 터져 나오는 파열음이 폭탄 소리와도 같다. 그 불협화음이 화음을 내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민생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납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원한과 원수를 만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불성설이다. 민생을 위한다는 후보들의 구호가 삶 속으로 흘러들어 원한과 원수를 만들고 있으니, 민생을 위한다는 구호가 거짓만 같아 보인다.

↑↑ 금오산 일출. 사진 = 까페 하늬바람 켑처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編) 경행록(景行錄)은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은의(恩義) 광시(廣施)하라, 인생하처(人生何處) 불상봉(不相逢)이다.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라는 의미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곳에서든 서로 만나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말라고 타이른다. 길을 가다가 좁은 골목에서 만나면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패자의 아픔도 승자의 기쁨도 순간이다. 아프다고 해서 상대를 원수처럼 여기고, 기쁘다고 해서 아파하는 상대를 짓눌러서도 안 된다. 그 위급한 상황은 순간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서로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은혜를 베풀 일이다.

춘추시대 진나라의 위무자(魏武子)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다. 병이 깊어지자 위무자는 아들 과 (顆)에게 “내가 죽거든 첩을 개가시켜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죽음의 시간이 임박해 오자, 위무자는 다시 아들을 불러 이전의 유언 대신 애첩을 순장(殉葬)시키라는 또 다른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아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남긴 유언일 것이라면서 애첩을 순장하지 않고 개가를 시켰다.

훗날 진(奏)나라에 환공이 침공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자, 애첩을 개가시킨 과(顆)가 적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과를 쫓아오던 적장은 넓은 초원에서 풀을 베는 노인이 엮어놓은 풀에 걸려 넘어졌고, 아버지의 첩을 순장하지 않고 개가시킨 아들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날 밤 과의 꿈에 나타난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에 당신이 개가시킨 여자의 아비 되는 사람이오. 그대의 은덕이 아니었더라면 내 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오”
이래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다.
인생하처(人生何處) 불상봉(不相逢)이다. 살아있는 한 언제 어디서든지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 생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오. 움직이기 때문에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원한과 원수를 만들 일이 아니다. 기쁨과 아픔은 순간이오. 그 기쁨과 아픔은 순환하는 법이다.
생은 짧다. 짧은 삶의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찰나이다.


묵은 해을 보내고 새해를 맞아야 할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을 맞고 있다. 찰나의 기쁨과 아픔 때문에 원수와 원한을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패자를 위로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서로 만들어 가자.
영원한 패자도 영원한 승자도 없는 게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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