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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파트만 짓는 도시는 살 수 없다...구미역의 침체와 '진짜 정주 여건'의 조건

이세연 기자 입력 2026/07/22 08:25 수정 2026.07.22 08:27
16년을 표류한 구미역의 그림자

구미역에서 바라본 중앙통 전경

 

[경북정치신문=서울/손정우 기자] 한때 구미역 앞 원평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으로 붐비던 구미의 심장이었다. 골목마다 권리금이 치솟았고, 상가들은 문을 열기 무섭게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지금의 구미역 일대는 적막하다.

실제로 구미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6.2%, 2025년 24.3%, 2026년 24.4%로 3년째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장기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인근 선주원남동 상권의 공실률이 같은 기간 8~11%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구미역 일대의 쇠퇴는 일시적 경기 부침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익숙한 쇠퇴의 풍경 앞에 지자체와 민간 자본이 내놓은 해법은 늘 그렇듯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다. 구미역 인근 원평동 일대에도 수천 세대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며 들어서고 있다. 침체된 원도심을 재정비해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아파트 단지만 빽빽하게 짓는다고 해서 과연 도시가 살아날 수 있을까?

구미시 전체 인구는 2018년 42만 2,96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 2025년 10월 기준 40만 4,135명까지 감소했다.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도시에서, 새 아파트는 결국 다른 동네의 인구를 끌어오는 제로섬 경쟁이 될 뿐이다.

민간 자본이 아파트로만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구미역은 1998년 역무 시설과 상업시설을 함께 갖춘 종합역사로 개발을 시작해 2006년 건물은 완공됐지만, 주차장 문제로 무려 16년 가까이 정식 준공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상업시설은 입점조차 되지 못한 채 출입금지 안내판만 붙어 있었고, 상가 임차인들은 보증금과 시설 투자비를 돌려받지 못한 채 수년간 영업도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장기 표류의 트라우마는 기업들을 더욱 몸 사리게 만들었고, 지주들의 높은 보상가 요구와 대기업의 사업성 기피가 맞물리면서 원도심 개발은 '오직 아파트'라는 외길로만 치달았다.

군산이 증명한 절반의 성공

구미와 닮은 궤적을 걸었던 도시가 있다. 전북 군산의 원도심(개복동·영화동·월명동)은 1990년대 초 시청과 법원이 이전한 데 이어 대우자동차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등 대기업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내항 기능 이전과 맞물려 인구의 74%가 빠져나가는 극심한 공동화를 겪었다.

군산시는 이 원도심을 아파트로 밀어버리는 대신, 2014년부터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선도사업을 통해 근대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재생을 택했다. 청년 예술가와 주민, 전문가가 협력해 청년몰과 문화 콘텐츠를 채워 넣은 결과, 사업 전(2013년) 22만 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2014년 42만 명, 2015년 82만 명, 2016년 102만 명으로 3년 만에 약 4.6배 늘었다. 빈집·빈점포를 활용한 창업도 이어져 점포 수가 사업 전보다 11.5%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서 상권이 저절로, 완전히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관광 상권은 카페·기념품점·포토존처럼 방문객을 겨냥한 업종 위주로 재편되기 쉽고, 정작 주민이 매일 필요로 하는 생활 상권(식료품점, 병원, 약국)은 다른 논리로 움직여 관광객 증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실제로 군산은 2017년 조선·자동차 산업이 다시 붕괴하며 인구가 계속 줄어, 2020년 말 26만 7,859명까지 내려갔다. 정점이었던 1997년 28만 1,437명과 비교하면 1만 3,578명 감소한 수치다. 원도심(월명·중앙·해신동)의 빈집도 여전히 350세대, 약 15% 수준으로 남아 있었다. 관광으로 상권과 창업은 되살아났지만, 도시 전체의 인구 감소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즉 관광객 증가는 상권 활성화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관광 수요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대개 임시적이고 계절을 타는 서비스직이라, 젊은 인구가 그 동네에 정착해 아이를 낳고 오래 사는 유인으로 이어지기엔 부족하다. 오히려 임대료가 오르며 원래 살던 주민과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부작용까지 겹칠 수 있다.

관광을 넘어 정주로

그렇다면 구미가 군산의 절반의 성공을 온전한 성공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답은 관광과 상권 회복에서 멈추지 않고, 그 위에 '계속 살고 싶게 만드는' 정주 인프라를 반드시 함께 쌓는 데 있다.

사실 구미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평동에는 이미 1,610세대 규모의 구미아이파크더샵이 입주해 주민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고, 금오시장 상가의 빈 점포를 개조한 '구미청년상상마루'가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거점으로, '구미생활문화센터'가 시민 문화 활동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 그리고 무엇을 더 채워 넣느냐다.

지방 도시의 역세권 개발은 주거나 상업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의 거대 쇼핑몰 유치가 불가능하다면, 공공이 주도하는 '콤팩트 복합개발'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하부나 구미역사의 유휴 공간에 국공립 어린이집, 청년 비즈니스 센터, 트렌디한 도서관과 문화 시설처럼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생활 인프라를 촘촘히 갖춰야 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지역 일자리와 연계된 정책이 뒷받침돼야, 관광으로 유입된 사람이 방문객에 머물지 않고 거주민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구미역은 2024년 12월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로 대구와 20~30분대로 연결되는 거대한 기회를 맞이했다. 교통망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을 때, 이를 주거용 아파트 분양 홍보물에만 쓸 것이 아니라 '일하고, 놀고, 아이 키우기 좋은' 복합적인 정주 여건의 중심지로 전환하는 그릇이 필요하다.

머물 이유를 채우는 싸움

콘크리트 상자가 채워진다고 해서 도시에 생기가 도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관광객만 늘린다고 도시가 사는 것도 아니다. 군산의 사례가 정확히 보여주듯, 관광은 상권을 되살릴 수는 있어도 인구 감소라는 근본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인구 감소 시대의 도시 재생은 집의 개수를 늘리는 전쟁도,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경쟁도 아니다. 사람이 머물러야 할 '이유'를 만드는 정주 여건의 싸움이다. 구미역 앞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새 아파트들이 단순한 침실의 집합체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활력의 시작점이 될지는 앞으로 그 공간 속에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인프라를 얼마나 채워 넣을지에 달려 있다.

손정우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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