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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필자는 늦은 밤도 아닌 오후 7시경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이상한 풍경을 목격했습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저녁 시간대에 구미시 봉곡동 교통 테마 공원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청년은 ‘서다 걷다’를 하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50대인 필자가 시계추를 30년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그 곳에는 목숨을 내걸고 독재타도를 외쳐대던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끌려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눈물을 곱씹던 가슴들이 있었습니다. 나보다 남을 위해 살겠다고 주먹을 움켜쥐고 거리로 나선 그 청년들의 뜨거운 가슴 저편에는 밤새 속울음에 지친 늙은 부모가 계셨습니다.
한때는 독재 타도를 외치는 아웃사이더에서 손 몇 번 흔들어 본 기억을 되살린 필자는 그날 기사양반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초저녁에 술에 취해 흥청망청, 꼬올 좋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빨간 신호등 앞에 차를 멈춘 늙은 택시 양반은 그 제서야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 젊은 청년이 오즉해야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겠습니까. 팔도강산 곳곳 수백군데에 입사원서를 넣었을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싸우던 70-80년대. 생존 위기의 시대를 지난 후에는 생계 위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뒷통수를 얻어 맞았습니다.
“휘청거리던 젊은이 힘내세요. 미안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