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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 온 지금, 제주 중산간 이랑에선 보리들이 이삭을 풀어올리고 있을 것입니다. 살을 도려내는 추위를 피해 세상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동안 보리는 제 스스로 추위와 외로움, 고독을 받아들였습니다. ‘받아들임의 삶’은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을 즐긴 이들은 아름다운 삶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지난한 외로움과 고독의 과정은 부조화, 부조리와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파헤쳐라. 그리하면 중병도 고칠 수 있는 해법이 나온다’던 한의학자 친구의 충고가 새삼스럽습니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추위의 시간을 넘나들면서도 보리는 외로웠고, 고독했지만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시각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온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한파 속에서도 파지를 줍는 그 노파는 외로웠고, 고독했지만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우리들의 시각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억만금을 가진 그가 늘 즐겁고 행복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생각하기 나름이고, 살아가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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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습관에 빠지면 외로움과 고독에게 자신을 내 주게 됩니다. 비교의 습관에 빠지면 늘 가난하게 됩니다.비교에 빠지면 경쟁의식에 심취하게 되고, 상대를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들은 지금 비교를 관습화하고 있고, 경쟁심리에 매몰돼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겨서 얻은 게 무엇입니까. 잠깐의 행복과 오랫동안의 상처일 것입니다. 인본주의의 토양을 자본주의의 활화산으로 바꿔놓은 인간 비극의 역사, 우리 스스로가 바꿔봅시다.
자본이 사람 위에서 군림하는 자본주의 시대로부터 사람이 우선인 인본주의로 돌아가는 노력을 합시다. 인간 우선, 인격 우선의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추위를 피해 모든 세상이 온돌방으로 돌아간 그 시간 속에서 고독과 어울리며 겨울과 함께 한 보리의 삶은 늘 감명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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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외로움, 인고의 삶을 살면서 지어낸 열매를 우리들에게 말없이 바치고 혹독한 여름의 열기 속으로 말없이 사라지는 보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인본주의가 세상에 물풀처럼 너울거렸으면 합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열손으로도 쥘 수 없는 부를 축적한 이들의 보여주고 있는 삶의 종말, 부와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이 머물고 있는 혹독한 외로움과 고독의 방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자상화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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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보다 인본주의에 더 큰 가치를 둡시다. 그 곳에 가난하지만 풍족한 삶이 있고, 그 곳에 외롭고 고독하지만 행복한 삶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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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신과 대화합시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남을 울렸으며, 아니면 얼마나 행복하게 했습니까. 당신은 오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남을 얼마나 해쳤습니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얼마나 남의 주머니와 남의 행복을 뺏았습니까”
<시인 김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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