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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사회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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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사회도 과학이다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08/18 19:05 수정 2019.08.18 07:05
지경진(한국unity-liberty연구소, 전중등학교장)


현대 사회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의 시대다. 과학의 1차적 목적은 진리(truth) 탐구이며, 진리 탐구란 사실(fact)과 원리(principle)를 발견하는 일이다. 실체적 지식의 축적으로서의 과학의 본질은 그 연구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 방법에 있다. 그러므로 물리, 화학, 생물, 천문 등 자연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면 자연 과학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사회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면 사회 과학으로 분류할 뿐이다. 물론 심리학, 인류학, 지리학처럼 그 경계가 모호한 분야도 있고, 특히 지금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섭(consilience)으로 접근하는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연구 경향이 대세이기도 하다.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자연과학을 ‘과학과’이란 이름으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4개의 영역으로 분류하여 실험과 실습 등 과학적 방법으로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과학을 ‘사회과’라는 이름으로 일반사회, 역사, 지리, 윤리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과학 대 사회’라는 이분법은 잘 못이다. 사회과학을 과학적 탐구적 방법으로 접근하며 이해하기보다 지식의 나열 또는 암기 과목이란 인식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현실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과연 청소년 시절 헌법과 정치와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웠을까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습 분량과 학습 시간을 자랑하고 있지만 헌법과 정치와 경제 등 사회 현상에 대한 기본 교양이 거의 학습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을 마쳤다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 경제에 관한 기본 지식이 결여된 지도자들을 볼 때마다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이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에 있지 않은지 자성해보게 된다.

첫째, 현대인으로서 알아두어야 기본 자연과학 지식을 물리, 화학, 생물(생명과학), 지학(지구과학)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소양 교과라 라 할 수 있는 사회과학을 일반사회, 지리, 역사, 윤리라는 분류 기준과 시수 배당 자체에 문제가 많다. 국가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회과학도들이 의견을 모아야 할 때이다. 사회과학의 일반적인 분류 기준과 학문의 중요도, 국민 의식 형성의 필요성 등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1990연대 이전까지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중1 <지리>, 중2 <세계사>, 중3 <정치 경제>라는 과목을 배웠지만 지금은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학문의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지리, 역사, 도덕, 사회문화, 정치, 경제 현상이 섞여 단순 암기 과목으로 느껴지게 하고 있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둘째, 고등학교는 대입 수능 사회탐구 과목으로 <한국지리>, <세계지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사>(필수), <세계사>, <동아시아사>, <사회문화>, <법과 정치>, <경제> 등 11개 과목이 있으며, 학생들은 이 중 2~3개의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과 정치>와 <경제>라는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전혀 공부하지 않으므로 기본적인 시민의식 교양이 전혀 학습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중에 얼마든지 한국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수준 이하의 정치 경제에 관한 교양을 지닌 지도자가 양산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한다하더라도 그 외의 10개 과목을 <지리>, <역사>, <윤리>, <정치>, <경제>, <헌법>, <사회문화> 이상 7개 과목으로 단순화하고 학년에 따라 배정하는 것이 건강한 시민의식 함양에 도움을 준다고 사료된다. 불필요한 과목을 필요 이상으로 세분화하지 말고 국민 또는 세계 시민으로서 필요한 학습 개념 요소를 개발, 단순화하여 국민공통학습요소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셋째,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교수 학습 방법에 인과 관계의 분석을 통한 탐구적 학습법이 강조되어야 하나 지식의 나열로 전개될 우려가 많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은 자연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확실성의 원리(principle of certainty)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사회과학은 확률성의 원리(principle of probabability)를 탐구하는 학문일 뿐이다. 연구 대상과 법칙의 예외성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그 연구 방법에 있어서는 같다. 모든 지도교사와 출제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수업 진행과 문항 개발을 추진하여야만 건강한 시민의식 함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로지 오답을 유도하기 위하여 배배꼬는 문항 출제는 건강한 시민의식 형성에 도움되지 않는다.

끝으로 무역 규모 세계 10위권의 한국인들은 국제 관계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국제정치학 또는 국제관계학은 전 국민의 필수교양과목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 공공선(公共善)인가를 탐구하는 인문 사회과학 대세의 시대에 오늘도 우리는 공공의 정책 문제에 관하여 논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양보와 타협이 없는 한국 정치 현실을 보게 된다. 협력, 경쟁, 갈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에 대한 사실(fact)과 법칙(principle)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습 훈련이 잘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보다 수준 높은 시민 정치의식이 함양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정치 사회 현상도 가치관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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