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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읽지 않은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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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읽지 않은 필독서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09/02 17:13 수정 2019.09.02 05:13
지경진(한국U&L연구소)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성인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태도이다. 동시에 언제나 무엇이 보다 가치 있는 일인가를 늘 사색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특히 남을 지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다독(多讀)과 사색(思索)의 두 가지 덕목이 동시에 요구된다. 사색 없는 다독은 비판력을 저하시키고, 다독 없는 사색은 독선을 가져오기 쉽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책상에서 공부하는 절대 시간은 많은 편이지만,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이외의 일반 서적에 대한 독서량을 매우 빈곤하다. 2016년 통계청 자료 <한국인의 독서 습관>을 보면, 전 국민의 평일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6분이며, 하루 10분 이상 책 읽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1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쓰여 진 다양한 책들은 통독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보는 사람이 더 많다. 필요한 부분을 정독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다독 없는 사색형(型)이다. 사색형 인간의 공통점은 편향성과 독단성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반성적 사색이 필요하므로 그런 사람들의 주장은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향이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한계점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특히 다독형이 아닌 사색형 인간이 공공 조직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그들의 리더십이 성공하려면 소통 장애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지도자의 의견이 구성원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지향점이 늘 한 가지 방향이어야 한다. 공동체 조직에 있어서 필요한 공공선(public good) 또는 일반의사(general will)를 찾는 일이이며, 편향 확증의 오류에 대하여 늘 반성적 사고를 하는 일이다. 오로지 임명권자의 이념에 영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저명한 학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는 의외로 읽지 않은 필독서가 많다고 한다. <세계 명사들의 읽지 않는 필독서>란 주제로 미국의 한 언론 매체의 조사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삼국지(三國志)>를 읽지 않은 중국사 전공자, <미국 독립선언서>를 보지 않은 미국사 전공자가 있는가 하면, C. Becker의 를 모르는 민주주의론자가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는 헌법을 공부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있다. 행정학의 기본 이론을 공부하지 않은 행정 각부 장관이 있으며, 특히 지방 분권과 지방 자치의 문제점을 분석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찬성하는 지방 의원이 많다.

다독과 사색이 겸비되어야만 철학적으로 남을 지도할 수 있다는 원리에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에 의한 합리적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마추어가 전체 사회를 지배하는 일종의 ‘바보 정치 현상(mobocracy)’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지방 분권과 지방 자치는 무조건 선(善)이고 중앙 집권과 전국화 광역화는 무비판적 악(惡)인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막말 또는 궤변이 되는 것이며, 언론이 그 비판 기능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기초 의회의 의원과 단체장, 광역시·시·도 의회 의원과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 자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방 자치제는 서구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의 초등학교’라 불리며, ‘치자(治者) 피치자(被治者) 동일성(同一性)의 원칙’이라는 민주 정치의 기능을 할 것으로 출발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읍, 면, 동의 대표인 기초 지방 자치 단체의 장(長)과 기초 의원(議員) 까지 특정 정당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지역 주민으로부터 추대되고 입후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당의 공천을 받도록 하고 있는 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 정당은 언제나 정쟁 대립이 심하므로 중앙당 공천 제도와 사실상의 정당 가입 요구는 첨부터 풀뿌리가 아니라 중앙당 해바라기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질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 정치 현상과 연계되어 중앙당의 지침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빈 깡통은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속이 가득 찬 깡통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 나는 깡통은 속에 무엇이 조금 들어 있는 깡통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말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잘 알기 때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무엇을 조금 아는 사람은 언제나 소리 나고 시끄럽다. 현 정부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강행 임명된 자들을 보면 한결같이 무언가 조금 들어 있어서 ‘소리 나는 깡통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온통 세금으로 복지를 증진시킨다고 말하므로 나라 살림이 거덜 나고 있고, 기업인들의 자존심을 훼손시켜 시장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고용 참사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편향(偏向) 확증(確證)으로 반성할 줄 모른다.

공공 정책 결정의 지도자들은 다독 없는 사색으로 편향된 시각을 고집하거나, 사색 없는 다독으로 시류(時流)에 편승해버린다면 한국호(號)는 미래로 나갈 수 없다. 공공선과 일반 의사를 찾을 수 있는 균형된 관점을 가져야 하며, 조직의 기본 목표를 강조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활동에 이론적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여 자긍심을 갖게 하여야 하지만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나라가 참으로 걱정이다.

공공 부분에 있어서 정책에 대하여 끊임없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을 가진 자에게만 문제가 보인다. 문제를 발견한 자만이 해답도 찾아낼 수 있다. 이념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자들로만 구성된 정부는 엄밀한 의미에서 리더로서의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기초 지방 자치 단체가 이념 대립하고 있는 중앙 정당에 지배되고 있다면 그 순간 ‘지방 자치 =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등식은 허구가 된다. 기초 자치 단체의 경우, 중앙 정당의 공천 제도를 유지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민주 정치의 기본 원리에 대한 분석과 종합의 필독서를 전혀 읽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 정치지도자가 되어 큰 소리 친다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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