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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둥지를 떠났다.
물어다 준 먹이를 마다하던
여리디 여린 열아홉살
제 스스로 둥지를 틀겠다며
겨울 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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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유난히 혹독했다.
세상이 문을 걸어잠근 그날
딸이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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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길 없는 길 위에 흩어진 발자국들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낸 동행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필이면 이 겨울에
둥지를 틀겠다며 집을 나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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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열아홉이 있었다
밤 늦은 능선을 넘나들어
들창문을 두둘기던 어머니
따라 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알 몇 개를 쥐어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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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없는 어머니가
능선 너머 아련한 장년
돌아보면 50년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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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몇조각과 식은 밥
딸은 허약한 재료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차디 찬 외풍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작은 공간에는 적어놓은 꿈들이
외롭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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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 만난 내 어머니도
허약한 내 재료들을 주워담으며
눈길을 밟고 되돌아 갔을까
<발행인/ 시인 김경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