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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4촌이 잘 되면 배 아파하는 심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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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4촌이 잘 되면 배 아파하는 심리 현상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10/22 10:50 수정 2019.10.22 10:50
지경진(한국u&l연구소)



 인류 최초의 살인은 형제 살인이다. 인류의 기원 아담의 맏아들 가인이 동생 아벨에 대한 경쟁심과 시기심으로 저질러진 사건이었다. 인간은 부모 형제를 통하여 사랑, 협력, 경쟁, 갈등의 체험을 통하여 사회화 과정을 배우며, 자아정체성이 확립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형제간의 경쟁과 갈등은 무수히 반복되었으며, 특히 아버지에게 돈과 권력이 많을수록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심했다. 특히 어머니가 다른 형제인 경우 갈등이 더욱 심했으며, 특정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일반적 현상이었다.

물론 형제 사이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경쟁과 갈등의 심리가 이성으로 절제되고 협력의 관계로 승화한 역사적 사례도 많다. 과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의 좋은 형제 이야기’를 모두 기억한다. 전래 민담인 줄만 알았는데 실화였다. 고려 말 조선 초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에 살던 이성만(李成萬) 이순(李順) 형제의 우애담에 감동한 연산군이 우애비를 건립해주었다는 얘기가 구전되어 오다가 1978년 실제 비석이 발견되었고 비문을 해석한 결과 역사적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그만큼 우리 전통 사회에서도 형제간의 경쟁 갈등이 심했기 때문에 상생 협력의 사례를 찾아 칭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곧 형제자매가 없어지고 4촌이 사라지는 나라가 된다. 최근 10여 년 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여성의 합계 출산율이 1.0명 이하가 되는 세계 최초의 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인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협력과 경쟁의 사회화 과정을 통한 자아정체성 확립은 형제자매 또는 사촌 형제자매를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파하는 심리현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이해 집단 간의 갈등, 바로 정당 갈등이다. 한국인들은 배고픈 건 잘 참는데 배 아픈 건 잘 못 견딘다. 현재의 정부 여당은 이러한 국민의 심리 현상을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협력하여 함께 잘 살아가는 것보다 좀 못 살더라도 형제를 무너뜨리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형제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심리현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유 경쟁 시스템은 나선형으로 성장하며 더불어 더 잘 살게 만들어가게 하지만, 반드시 불평등이라는 상처를 수반하게 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웃 또는 형제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을 싫어하고 함께 더 못 살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는 이미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자다.

‘4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에는 첫째, 4촌보다 훨씬 가까운 ‘친부모형제’가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 않다는 속뜻이 있다. 자신과 상생 동반 협력 관계인 사람이 잘 되는 일에 대해서는 축하하고 기뻐한다는 뜻이다. 둘째, 4촌보다 훨씬 먼 ‘사돈의 8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지 않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나와 협력 또는 경쟁의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므로 경쟁 질투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뜻이 있다. 나와 협력 동반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잘 되면 축하하고, 내가 별 관계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지만, 나와 경쟁의 관계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시기질투심이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질투심 자체가 잘못된 감정은 아니다. 뇌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본능적 감정이다. 4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심리와 잘 나가던 친구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심리는 일종의 논리 균형 감각이거나 평등 감각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유는 다른 포유류 동물과 달리 내면세계에서 떠오르는 원초적 감정인 시기 질투심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심리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알타이어 계통의 교착어이며, 어순과 어근이 비슷하다. 일본 곳곳에 고대 한국인의 유물이 남아 있다. 일본 아키히토 천황은 2001년 백제 무녕왕의 딸이 일본 간무 천황의 생모였다는 ‘속일본기’의 기록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좋던 싫던 일본은 우리의 동생 같은 나라다. 우리가 강하고 일본이 약했을 때 우리는 일본에 베풀어 주었고, 일본이 강하고 우리가 약했을 때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탈했던 아픈 역사가 있을 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서구화 근대화에 성공, 강대국이 된 것에 대하여 계속 배 아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가 더 큰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세종대왕 이후 400년 동안 우리는 국제 정세 흐름에 무지하였고, 4촌이 잘 되면 배 아파하며 분열하였으며, 나라의 지성을 국력 향상에 집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좋은 followship 백성에 나쁜 leadership의 정부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기 바란다. 이웃나라의 행복을 배 아파하고 이웃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편협한 심리가 우리 안에 있다면 합리와 이성의 전두협의 힘으로 형제의 범위를 넓히고,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더 강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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