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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언어 습관은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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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언어 습관은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역량이다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12/07 16:02 수정 2019.12.07 04:02

↑↑ 지경진. 사진=한국 U&L 연구소 제공


[칼럼= 지경진 한국 U&L 연구소]
많은 사람이 투박한 경상도 사람들의 언어 특성이나 사투리를 우스갯소리나 유머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설적이고 단순하고 다소 어눌한 어투를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언어의 내면에 생각과 정서와 역사 문화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

첫째, 경상도 방언의 가장 큰 특징은 압축이다.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고 대명사 대동사를 많이 사용하거나, 줄여서 표현한다. 예컨대,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왜 그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라는 말을 경상도 사람은 ‘니 카이 카지 안 카면 카겠나’로 줄여 말한다. 한마디로 압축하여 전한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을 ‘고다꾜쏵샘’으로 줄인다.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를 ‘됐나 안됐나’로 줄인다. 핵심내용을 빨리 전달하고 빨리 듣고 하고 싶어 하는 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경상도 사람들의 논리 추론 방식은 연역법과 귀납법 가운데 연역법을 선호한다. 대전제와 핵심 명제를 먼저 밝힌 후 구체적 사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득을 위한 설명 방식에 있어서 미괄식보다 두괄식을 선호한다. 핵심 주제어를 긴 문장 가운데 맨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을 갖고 있으므로 핵심 주제어를 맨 마지막에 말하는 미괄식 표현을 가장 싫어한다. 핵심 내용이나 결론을 먼저 말한 후 원인, 이유, 배경 등 수식어는 나중에 설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셋째, 핵심 주제어를 빨리 말하고 듣고자 하는 습성 때문에 경상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접속어는 ‘그래서’이다. ‘그러나, 그러므로, 따라서’가 아니라 ‘그래서’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귀납적 방법으로 설명하면 결론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참지 못하고 빨리 결론을 알고 싶은 마음에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지 중간에 말을 가로챈 것이다. ‘그래서 이겼나, 졌나?’, ‘그래서, 살았나, 죽었나?’, ‘그래서, 됐나, 안 됐나?’, ‘그래서 ‘아군이란 말인가 적군이란 말인가?’, ‘그래서, 좋다는 말인가, 안 좋다는 말인가?’ 대화 도중에 불쑥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가?’라는 결론과 핵심을 궁금하게 여기며 기다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넷째, 경상도 사투리에도 나름 규칙적인 어법이 있다. 의문문일 경우, ‘...노?’와 ‘...나?’의 두 가지가 있다. 서울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 낼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단순 의문문일 때는 ‘...나?’로 끝나고, 5W1H(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의문사가 들어가는 의문문일 경우에는 반드시 ‘...노?’로 끝난다. ‘밥 묵었노?’가 아니라 반드시 ‘밥 묵었나?’이며, ‘누구하고 묵었나?’가 아니라 ‘누구하고 묵었노?’이다. ‘와 그라나?’가 아니라 ‘와 그라노?’이다. ‘배고프나?’ ‘왜 배고프노?’이다.

끝으로, 경상도 방언의 특징 가운데 언어의 속도가 빠른 것도 같은 이유다. 핵심어를 빨리 전달하고 빨리 듣고자 하는 습성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동남부 지방으로 왜인들의 약탈이 많았고 그들의 침략에 대하여 빨리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하므로 형성된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상도 사람들의 일상적 대화를 점잖은 충청도 사람이 보면 꼭 싸움하는 것 같다고 한다. 명사와 수식어의 생략과 압축이 많고 언어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투박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표준어는 현재 서울 중류 계급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회화어(會話語)이며 이를 공용어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국어는 일반적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등의 핵심 단어가 긴 문장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상대방의 진의를 알려면 말을 끝까지 긴장해서 들어야 하는 어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들은 핵심 주제어를 먼저 말하고 빨리 파악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어떤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소통 역량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 방언과 사투리에는 역사와 지역성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는 한국 언어의 원류인 산트크리트어(梵語)의 잔영이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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