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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승무원이 남긴 유서 ‘세상에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20/11/09 17:28 수정 2020.11.09 17:28

↑↑ 길/ 사진= 블로그 은혜 캡처


[데스크 칼럼= 김경홍 기자]  18세기의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휴지조각처럼 내다버린 그 말을 주워담아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라는 관계로 묶인 현대 사회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비대면’이라는 낯선 문화가 이 시대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간의 품격’의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저서 ‘두 번째 산’에서 ‘다행스럽게도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또 다른 행태의 고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고 경고한다.
저자는 좋은 인생을 살아가려면 훨씬 더 큰 차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적 패러다임의 무게 중심이 개인주의라는 첫 번째 산에서 관계주의라는 두 번째 산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의 시대는 ‘함께 살기’의 가치를 깨닫고 실현할 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루소가 남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을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표현이다.

11월 7일 국내 항공사 소속 27세의 여 승무원이 서울 강서구의 원룸에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이런 내용을 남겼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내 장기는 기증해 달라. 세상에 잘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
올해 초 우한 폐렴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뒤 사실상 강제 휴직에 들어간 승무원은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 기약없는 구직자 신세에 내몰린 청년, 강제 휴직을 당한 가장 등 인생의 가장 큰 역경의 순간에 서 있는 그들 역시 여 승무원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루소의 명언은 오늘을 숨가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진 경고이기도 하다.
‘인간의 품격’의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개인주의라는 덫에 걸린 현대인은 사람보다는 시간, 인간 관계보다는 생산성을 중시하면서 불만족의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제는 개인의 행복,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이들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따른 코로나 블루 현상을 겪고 있기도 하다. 정부 역시 정의당의 주장처럼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일상의 힘겨움을 견디는 많은 이들이 오늘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버텨내라’, ‘힘내라’ 라는 말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때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수 없고, 함께해야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로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너 없어도 내가 있을 수 있다 ’는 독립성은 ‘너 없이는 내가 있을 수 없다’는 관계성의 시대로 회복되어야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계승해야 할 고정관념마저 파괴되는 문화의 혼돈시대, 함께해야 할 관계를 적대시해야만 하는 가치관 상실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일부의 종교 지도자나 엘리트마저도 형제 간,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의존성보다는 독립성을 주입하거나 강요한다. 미래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관계성 회복에 반하는 말이어서 씁쓸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여 승무원이 남긴 유서처럼‘ 세상에 잘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는 수많은 유서를 우리들은 앞으로도 접하게 될 것이다. 그 유서는 또 자신의 유서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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