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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거짓말 한 법관이 자리에 연연하면 추해진다..
오피니언

거짓말 한 법관이 자리에 연연하면 추해진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21/02/06 00:45 수정 2021.02.07 00:45

↑↑ 대법원 2020년 10월 20일 대강당에서 검사, 변호사 등 출신의 법조 경력 5년 이상의 신임법관 155명에 대한 임명식을 했다. /사진 = 대법원 캡처


[경북정치신문 = 발행인 김경홍] 중학교 2학년이던 소년은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나갈 만큼 성실한 신도였다.
“내 이웃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라는 가르침이 동심을 매료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던 일이 발생했다.
주말 기도회가 끝난 후 10원짜리 동전 3개를 헌금함에 넣은 소년은 장로의 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에는 거지도 10원짜리 동전은 받지를 않는다”는 말을 들은 이후 믿음을 신뢰하지 않게 된 상처받은 동심은 기도회장을 멀리했다.

돈과 권력을 생명의 존재가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비정상의 자본주의에서 종교든 법의 세계든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죄와 벌을 판결하는 법관의 세계는 그동안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짊어지고 자신과의 치열함 싸움을 통해 나름대로 신뢰를 쌓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렵게 쌓아온 신뢰가 흔들리면서 국민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0여 년 전인 1988년 10월 8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충남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25명 중 미결수 12명이 집단 탈주한 사건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탈주를 주도한 당시 35세의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면서 외친 외마디 발언이었다.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

그가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동일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상어처럼 회자되곤 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는 수십억 원의 사기와 횡령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실제로는 2년 정도 실형을 살다가 풀려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과 권력이 있는 자는 특혜를 받고, 돈과 권력이 없으면 중형을 받는다는 지강헌의 외침은 국민적 공분으로 확산해 나갔다.

이러한 시대사적 상황 속에서 자성과 성찰의 세계 속으로 뛰어든 법관들의 피나는 노력에 힘입어 어렵게 신뢰를 쌓아나갔고, 위상 또한 제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또 법관의 위상과 신뢰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초유’라는 불행한 기록을 쓰면서 구속됐다.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허위 증빙 서류로 수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검찰에 적발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대법원 재판 결과를 결정해 주었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대법원장에 재직하면서 국가 예산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71년 헌정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기면서 구속된 것이다.

또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2월에는 임성근 부장판사가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하는 ‘헌정사상 초유’라는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2월3일까지만 해도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 판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4일 임부 장 판사가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탄핵’이라는 발언이 5회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녹취록에는“"국회에서 탄핵 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말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양심(良心)은 어떤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나 마음씨를 말한다.
김 대법원장의 가장 기본적인 양심의 의미를 존중했다면 양심에 따라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양심을 어겼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그동안 가파른 역사의 능선을 걸어오면서 ‘돈과 권력에 편승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법관들은 ‘법관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질인 양심’의 회복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따라서 김 대법원장은 비양심에 대해 말로써 사과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 앞에서 깊은 성찰을 하고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퇴락한 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세태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선량하다.
“요즘에는 거지도 10원짜리 동전은 받지를 않는다”는 장로의 말에 상처를 받고 기도장으로 발길을 끊은 소년의 동심만큼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가 법관을 불신하는 사태로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관 사회는 이제 다시 돈과 권력, 비양심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하는 노력 해야 하는 과제 앞에 서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거짓말한 법관이 자리에 연연하면 추해지는 법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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