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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 구미, "왜 그 가치에 눈을 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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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 구미, "왜 그 가치에 눈을 감는가"

이관순 기자 입력 2025/11/16 17:51 수정 2025.11.16 18:04
47년 만의 법정단체 승격…“그러나 고향은 조용하다”

김찬수 경북자연보호협회장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자연보호운동이 대한민국 환경보전 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리가 금오산 자락을 오르내리는 동안, 47년 전 그곳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자연보호운동은 1977년 대통령 특별 지시에 따라 출범했고, 1978년 구미 금오산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반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이 운동은 전국 조직망을 갖춘 유일한 자연환경보전 민간단체로 성장했다.

그런 자연보호가 최근 자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법정단체’라는 국가 공인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공익성과 역사성, 전국적 활동 기반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는 단체 한 곳의 성취를 넘어, 한국 자연보호운동의 역사적 진전이자 우리 사회가 자연과 환경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자연보호운동이 출발한 고향 구미는 조용하다. 이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정희 사업은 하고, 자연보호는 외면하는 도시
구미는 지난 수십 년간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기념관 조성, 테마 공원, 각종 문화사업에 이르기까지 구미시의 관심과 예산은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배출된 도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같은 구미에서 태동하여 전국적, 국제적 환경운동으로 발전한 자연보호운동에 대해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 자연보호협회 김찬수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연보호운동이 구미에서 시작됐는데, 정작 고향에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의 말 뒤에는 수십 년간 이어온 허탈감과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실망이 묻어 있다. 

 

이번 법정단체 승격은 국가가 자연보호운동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다. 그런데 구미시는 그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거나 정책적으로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시정,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공무원 모두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관심 부족은 차라리 무관심을 넘어 책임 회피에 가깝다.

 

자연보호 기념비, 왜 시민의 돈과 사비로 세워져야 하나
김찬수 회장은 자연보호 발상지인 금오산에 법정단체 지정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경북도와 협의 중이다. 그러나 기념비 설립에 나서야 할 지자체가 한 발 물러나 있다. “호텔 부지라 허가를 직접 받아오라”는 금오산관리소의 답변은 행정이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기념비 건립 비용은 김찬수 회장의 사비 회원들의 십시일반 후원 민간의 손길로 충당될 예정이다. 법정단체 승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민간의 주머니’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과연 올바른가.

구미가 잃고 있는 것들
구미가 자연보호의 가치를 외면함으로써 잃고 있는 것은 적지 않다.
첫째, 도시 브랜드 가치, 구미는 한국 환경보호운동의 발상지라는 국가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도시 마케팅, 관광, 교육, 환경정책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환경정책과 시민의식 기반, 자연보호운동이 쌓아온 47년의 활동은 생태도시 구미라는 미래 비전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이 이 자산을 방치함으로써 정책적 연계는 실종됐다.

셋째, 지역 정체성, 구미는 산업도시이자 정치적 상징을 가진 도시다. 그러나 “환경을 출발점으로 한 도시 정체성”이라는 또 다른 강점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의 친환경 발상지로서 구미”의 역할 회복이다, 친환경 정책과 기술은 이제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보호운동이 법정단체로 승격된 지금, 구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넷째, 자연보호 발상지 기념 사업을 공식화하라, 금오산 기념비 지원, 자연보호기념관 설치 검토, 자연보호 교육, 체험 프로그램 연계.

다섯 째, 지역 정치권의 공식적 관심 선언, 국회의원, 시의원, 도의원 모두가 공동으로 '발상지 활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 관련 사업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중심에 둬야 한다.

여섯 째, 구미시 환경정책과 자연보호운동의 연계, 도시 숲, 자연정화, 환경보전 사 업과 자연보호 조직을 유기적으로 결합, 시민참여 프로그램 확대.

일곱 째, 중앙정부, 경북도와 공동 사업 추진, 법정단체 지정에 맞춘 국가 지원 사업 연계, 경북도와 공조해 ‘자연보호발상지 공공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고향이 먼저 인정하지 않는 역사, 

47년 전, 한 시대의 환경운동이 구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47년 후, 그 운동은 국가로부터 공식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고향 구미만은 눈을 감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미가 자신의 유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역사는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 자연보호운동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한 명의 회장이나 소수 회원의 헌신에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 구미시와 지역 정치권이 이제는 책임 있게 나설 때다.

 

이관순 기자 gbp1111@naver.com

사진=경북자연보호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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