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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한국판 갈라파고스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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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갈라파고스 현상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20/01/29 15:42 수정 2020.01.29 15:42

↑↑ 지경진 소장. 사진 =지경진 한국U&L연구소 제공


 [칼럼=지경진 한국U&L연구소]  적도 중남미 에콰도르 서쪽 동태평양에 위치한 콜론 제도(Archipiéago de Colon)는 갈라파고스 섬(Galapagos Islands)으로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 전라북도 크기(8,061제곱킬로미터), 인구 2만 5천 명 정도이며, 오랜 세월동안 타 대륙과 고립되어 고유종(固有種) 생명체가 많다.

16세기 스페인인이 발견할 당시 무인도였고, 말(馬) 안장 비슷한 모양의 큰 거북이가 많아서 ‘안장’이란 뜻의 스페인어 ‘갈라파고’라고 불리었다. 인류 문명으로부터 고립되어 생명다양성을 연구하기 좋은 곳이다. 변이종(變異種)의 바다사자, 털 물개, 쇠 바다제비, 갈라파고스 펭귄, 갈라파고스 풀,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 바다 이구아나, 자이언트 거북 등 멸종 위기의 희귀 동식물이 많아 19세기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곳이었고, 현재 ‘찰스 다윈 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는 곳이다.

10여 년 전 토쿄 게이오 대학 IT연구소는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자국의 문화에 고립되어 국제적 표준화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세계화에 실패하여 시장에서 낙오된 일본의 정보 통신 관련 산업 현상’을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하였다. 인터넷과 SNS로 세계의 문화가 개방된 이 시대에 아직도 폐쇄된 사고로 독자적인 자력갱생 경로만을 고집함으로 국제 표준에 이르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문화 현상을 ‘현대판 갈라파고스 현상’이라 부른다.

지금 지구촌에서 단절, 고립, 쇄국으로 자기만의 사고 논리에 빠져 국제적 표준에 이르지 못하고 세계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현대판 갈라파고스 현상’이 가장 심한 나라는 북한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비정상 국가는 ①우리와 오랜 역사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동포의 나라이고, ②다만, 정치 이념의 차이로 지난 70년간 남북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갖고 있었지만, ③앞으로 민족의 공존 번영을 위해 평화 통일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④그럼에도 현대판 갈라파고스와 같은 별종(別種)의 북한사회를 사실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정상 국가인 것처럼 미화하려고 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북한 주민의 실태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평화 통일 정책에 관한 의사를 결정한다면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첫째, 북한은 현대판 노예 사회다. 봉건 사회에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방적인 민주 사회로 나아가는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고, 사회주의를 빙자한, 실상은 3대 세습의 절대 왕권을 더욱 강화하는 전근대적인 독재 체제로 퇴행한 사회이며, 출신 성분에 따라 주민들의 장래 진로를 결정짓는 새로운 형태의 폐쇄된 신분 사회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생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의 인권을 착취하는 시대착오적인 현대판 노예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권력을 누리는 1%의 북한 지배층을 도와주고 노예상태로 살아가는 99%의 피지배층을 방치하는 것은 동포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역사적 부작위(不作爲) 범죄다.

둘째, 북한은 진실을 감추기 위한 주민 통제가 가장 심한 최악의 사회다. 올해 영국의 IT 전문 보안업체 컴패리테크(Comparitech)의 인터넷 검열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파일 공유 제한, 정치매체 통제, 사회관계망 이용제한, 가상 사설망 통제, 성인물 금지 등 5항목 모두에서 조사대상 182개국 중 최하점을 받았다. 북한의 유일한 통신 매체는 조선 중앙 통신이지만 일반인에게 인터넷 뉴스가 전면 통제되고 있고, 주민을 통제하는 1%의 지배계층에게만 허용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인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감옥행이 될 수 있다. 2013년 북한의 인터넷 환경을 관찰하고 돌아온 세계최대의 인터넷 매체 회사 회장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는 ‘인터넷 활용을 수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 가슴에 동포애가 남아있다면 북한 주민이 진실을 알도록 하는 노력을 포기해서 안 된다.

셋째,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유일한 이유는 남한을 위협하여 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점을 한국인들은 알아야 한다. 본질적으로 미국과의 전면전이나 미국 협박용이 아니다. 북한이 현재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북한의 남한 위협에 대하여 전쟁 억지력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에게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대북 ‘압박과 제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비핵화의 최대 수혜 당사자인 한국이 그러한 국제사회와 공조하지 않고, 그 틈새에서 오히려 최선을 다하여 대북‘지원과 협력’을 선택하려고 한다. 참으로 이상한 ‘한국판 갈라파고스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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